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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사업재편] '구조조정 암초' 오너리스크 사전 차단해 '제2 동양사태' 막는다

채권단-오너 소통창구 마련



지난 2013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동양 사태의 주인공 현재현(66) 전 동양그룹 회장). 현재 사기죄로 7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동양은 최근 동양시멘트 보유지분(54.96%)을 팔고 5,000억원의 현금을 남겼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 전 회장이 진작에 동양시멘트를 팔았다면 지금처럼 5,000억원이나 남기고도 옥살이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동양시멘트 외에도 동양매직, 동양파워(현 포스타워),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등은 모두 성공적인 매각으로 꼽힌다.

오너(owner) 리스크가 기업 구조조정의 커다란 암초로 등장했다. 오너 경영은 결단력이 빛을 발할 경우 기업 성장을 이끈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취약 업종이 오너 리스크와 잘못 결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무시하고 경영권 유지를 고집하다 결국 막대한 희생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오너 주변의 가신 그룹이 눈을 가리거나 2·3세 오너 간 갈등이 심각한 그룹의 경우 판단은 더 흐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오너가 부실을 알 때쯤 기업은 이미 사망 상태"라고 표현했다.

동양뿐 아니라 동부·웅진·현대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동부익스프레스 보유지분 100%를 KTB프라이빗에퀴티(PE)와 큐캐피탈에 3,100억원에 넘겼다. 대신 동부그룹은 경영권을 보장 받고 우선매수권을 받았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가진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영권과 함께 우선매수권도 잃었다. 모두 놓친 셈이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시 동부익스프레스를 조건 없이 팔았다면 최대 5,000억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며 "우선매수권을 보장 받고 싸게 넘긴 것이 그룹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다"고 꼬집었다.

웅진그룹은 태양광·건설 계열사를 일찌감치 정리하지 못한 탓에 경영난에 빠지며 그룹 해체 수순을 밟았고 현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대증권 매각도 '파킹딜(매각 후 일정시점 이후 되사오는 거래)' 의혹을 받으며 무산됐다.



금융당국이 취약업종에 속한 기업의 오너 리스크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한 연유는 여기에 있다. 제2의 동양그룹 사태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특히 취약업종에 속한다면 재무구조가 좋더라도 생산 감축을 유도하고 저가 수주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게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 범부처 구조조정협의체에서 취약업종으로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을 선정했다. 세부 취약업종으로 철강 분야는 △합금철 △강관(쇠파이프), 석유화학 분야는 △테레프탈산(TPA)을 공개 지목했다. 합금철과 강관은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세아제강 등이, TPA는 효성·LG화학·롯데케미컬·한화종합화학 등이 주요 대상이다.

해외 수요를 고려할 때 이 업종에 속한 기업은 생산량을 줄이는 '축소 경영'을 하라는 게 정부의 주문이다. 협의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처 간에 이 세 업종에 속한 주요 대기업의 자구 노력과 예상 감산물량, 기업별 재무현황을 공유했다"며 "산업부가 기업별로 감산 목표치를 부여하고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내 총 감산량은 합의한 상태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감산하느냐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기업의 생산시설의 노후 정도나 원가 경쟁력을 감안해 감산량을 배분할 계획이다. 그러나 개별 기업이 감산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부 기업은 오너의 결정으로 내년도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 산업환경을 보지 않고 개별 기업별로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공멸하고 만다"면서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당장 재무구조가 좋더라도 장기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채권은행이 신용위험평가에서 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달 말까지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 기업이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C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 되면 기존 여신의 연장이나 신규 여신 지원이 막힐 수 있다. /임세원·조민규·지민구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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