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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여가 혐오' 직장 분위기도 걸림돌

정시 퇴근 땐 '상사 눈치' 등 여전

"저녁마다 춤이나 추러 다니니까 일에 집중 못 하는 거 아냐."

직장인 이모(32)씨는 직속 상사의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싸해졌다고 했다. 소위 '충성맨'인 상사가 '살사'를 배운다며 매일 같이 칼퇴근하는 자신을 내심 마뜩잖아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작은 업무적 실수를 자신의 취미 활동과 연계해 지적하니 당황스러웠다. 이씨는 "앞으로도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비슷한 얘기를 할 텐데 당분간 취미는 관두고 야근을 자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특히 한국의 직장인들이 취미 활동에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노는 것, 즐기는 것을 부정하는 문화다. 전후 1950년대부터 오로지 근면과 성실만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우리 민족에게 '부지런함'은 최상의 가치 중 하나. 그러다 보니 여유 시간이 나더라도 일견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건 시간 낭비로 치부되는 경향이 짙다. 직장인들은 업무에 '올인'해야 하는데 이를테면 업무 시간 외에도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을 받는다. 멀리 해외로 휴가를 떠나도 급한 전화는 반드시 받아야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된다.

주말 등 여유 시간이 나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오락 활동을 즐기기보다 외국어 공부나 자격증 시험 준비 등에 몰두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문화와 관련이 깊다. 여유 시간에는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과 가정생활 등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미국 WFD 컨설팅이 세계 각국의 2,000명이 넘는 기업 관리자와 임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분의3 이상이 '최고의 직원은 개인적인 용무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전부 아니면 전무'를 강요하는 직장 문화는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버티기 힘든 요인으로도 꼽힌다.

그렇다면 정말 직장 상사들의 믿음처럼 취미나 여가를 전혀 즐기지 않고 업무에 모두를 바치는 사람들의 성과가 더 좋을까. 대답은 물론 '아니오'다.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레슬리 펄로와 제시카 포터 교수의 연구를 보자. 이들은 보스턴의 한 컨설팅 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은 주당 50시간씩 일하게 하고 휴가를 전혀 쓰지 못하게 한 후 전자 장비로 회사와 24시간 연결된 상태로 생활하게 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주당 40시간의 근무와 휴가 사용 장려, 그리고 퇴근 후 전화 통화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받게 해 사무실과 단절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두 번째 그룹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 창의성과 업무 효율, 생산성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거뒀다. 즉 잘 쉬고 잘 논 사람들일수록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더 많은 일을 해냈다는 의미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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