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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종진 명지대 교수
윤석헌 숭실대 교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銀産)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소 자본금을 현행 1,0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낮추고 상호출자제한집단(61개)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찬성 측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갖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현행법으로도 인터넷은행을 키울 수 있으며 은행의 재벌기업 사금고화, 은행·기업의 동반 부실 가능성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문종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금융ICT융합학회 부회장

안정적 경영권 가져야 경쟁력 확보

● 다양한 상품개발로 고객 편의 커져

● 금융시장 성숙도 하위… 개혁 불가피

● 핀테크 육성 통한 경제활성화 필요해


해묵은 금산(金産)분리 논의가 올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앞두고 재연되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면 은행이 재벌기업의 사금고화, 빈익부 부익부의 심화, 금융자본의 편식으로 인한 경제민주화 역행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은산분리'가 맞다. 왜냐하면 은행을 제외한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 산업자본의 참여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 지분 4%를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은산분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 결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혁신성 있는 경영주체의 금융산업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반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들 기업의 금융 부문 진입을 허용해 전자상거래·지급결제·환전·송금·대출·보험·자산관리 등에서 창조적 파괴와 고용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산업은 2009년 대비 2017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당국과 여당은 지난 6월 핀테크 육성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ICT 기업 등의 참여 유도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완화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반대 측 입장도 강경하다. 그렇다면 왜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할까.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먼저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보면 금융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부문별 순위를 봐도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87위), 대출의 용이성 (119위),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 (99위) 등이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하위등급이다. 새로운 경쟁자 및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등장해 은행 간 경쟁 촉진, 기존 은행의 서비스 개선노력 촉발, 고용확대 등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서민금융 혜택 및 중간금리 대출도 확대해야 한다. 신용도 5~6등급(중신용자)에 해당하는 1,180만명이 연 15~ 34.9%에 이르는 고금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은산분리를 완화할 때 나타나는 예상편익을 보자. 먼저 진입장벽 완화로 금융시장 경쟁이 촉진되고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해 고객에 대한 편익이 높아진다. 원가면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의 등장으로 금융상품의 가격 인하도 가능해진다. 국제은행 자본규제기준인 바젤 Ⅲ를 앞두고 새로운 산업자본 유입으로 금융기관의 자본충실도도 높아진다. 주인 있는 경영으로 경영의 효율성이 제고돼 고배당 또는 은행주 가격 상승도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영업할 경우 점포운영비, 인건비 부담이 적어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 및 수수료 부과 등이 가능해진다. 반면 재벌기업의 사금고화, 경쟁력 집중 우려는 금융감독원의 상시모니터링과 업무보고서상 동일여신한도, 대주주 보유주식 현황 보고서 등에서 파악이 되고 경영공시에서 이중 체크가 가능해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보완조치를 마련했다. 즉 산업자본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아예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시켜 경제력 집중 논란 자체를 불식시켰다. 지분보유 한도도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수준(50%)까지만 허용해 다른 주주들의 견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주주와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25%에서 10% 이내로 낮추고 대주주의 발행주식 취득은 전면 취득 금지하도록 했다.

실증분석 결과를 봐도 은산분리의 전통적 주장들이 근거 없고 오히려 다른 산업과의 결합을 제한함으로써 은행의 시스템 취약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투자신탁사의 사금고화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효성그룹 사태는 은산분리 강화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데 우리만 위험하다고 기차여행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이번 은산분리 완화는 전면적 시행이 아니라 핀테크 등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하자는 것이므로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반대-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현행법으로도 인터넷은행 육성 가능

● 은행, 대기업 사금고로 전락 가능성

● 은산분리로 각자 역할 극대화가 상책

● 인터넷은행 비용절감 효과도 낮을 듯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둘러싸고 은산분리 규제완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계기로 현재 4%인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규제를 50%로 완화하자는 것이다. 규제완화 폭이 큰 것도 부담스럽지만 한도를 9%에서 4%로 강화한 것이 이 정부 들어서인데 이렇게 또 바꾸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하자는 대안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측은 산업자본이 은행에 영향을 미쳐 금융중개 기능 수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은행의 발전을 위해서 독립된 지배구조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은산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완화를 지지하는 측은 기술발전을 금융에 접목시켜 대박상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술회사가 은행의 주인이 되면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으므로 은산분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주장의 간극은 좁혀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의 역할이 경제 내 자원배분에 있다고 본다면 이러한 의사결정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지 주인의 유무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전문성과 중립적 시각을 지닌 금융인이 은행의 경영을 맡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취약점 중 하나가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인데 은산결합으로 이런 상황을 은행으로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실물기업은 위험추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 및 공급한다. 반면 금융은 자금을 중개하고 위험을 관리한다. 그리고 양자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은산결합으로 실물기업이 은행의 주인이 되면 자신의 위험추구를 위해 은행을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비용 발생이 우려되는 것이다.

첫째, 은산결합은 예금 등 금융자원이 실물기업의 위험추구 행위에 사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 자금지원을 꺼리는 등 대출의 공정성 담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즉 은행이 실물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둘째, 은산결합은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킨다. 가상의 예로 어떤 기술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됐다고 하자. 이 기술회사는 만약 스스로 기술개발과 고객의 기술개발 지원 간 상충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술회사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은행으로서 고객의 손을 들어준다면 비난은 면하겠지만 스스로 기술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은데 바로 은산결합의 폐해다.

셋째, 시스템리스크를 확대한다. 은산결합은 은행과 기업의 동시파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대기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심각한 시스템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대마불사 위험의 통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은산결합을 추구한다는 것은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것이다.

결국 은산분리를 유지하면서 실물기업은 원하는 대로 위험을 추구하게 하고 은행은 이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 게 각자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상책이며 국가 시스템리스크 관리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혹자는 금융감독으로 이런 문제를 예방·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국내 금융감독 역량이 이에 못 미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 도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부분은 현재 은행의 인터넷뱅킹 업무일 것이다. 계좌관리·지급결제·자산관리 등 현재도 대체로 잘하고 있는 분야에서 서비스 개선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지만 은행 간 과당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에서 10%대 중금리 대출시장 출현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이 시장이 오랫동안 부재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용절감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은행의 서비스 개선 및 관련 시장 경쟁 활성화 등 이득이 예상되나 투입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은산분리를 허무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큰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은산분리를 유지하면서 도입방법을 찾는 게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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