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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체투자시대 '리스크 관리'는 있나



주요 연기금·협동조합 등 국내 큰손 사이에서 대체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50년 이상 투자 수익률은 대체자산인 사모주식과 부동산이 가장 높고 이어 전통자산인 주식, 채권 순이다. 어려운 투자환경 속에서 대체투자가 돌파구로 떠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준비 안 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한국투자공사(KIC)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3일 안홍철 전 KIC 사장은 170여개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이 참석한 공공펀드 공동투자협의체(CROSAPF) 연차총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체투자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국내 기관 가운데 대체투자 업력이 가장 오래된 KIC 수장의 말이었기에 무게가 실렸지만 KIC의 대체투자 실상은 참담한 수준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KIC는 지난 2010년 사모주식에 투자를 개시한 후 대체투자에 10억5,400만달러를 집행했고 56.5%의 손실을 기록했다. 7건의 투자 사례 가운데 단 한 건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브라질 철광석 개발 투자의 경우 브라질 환경당국의 허가 취득 여부를 따지지도 않았고 결국 허가가 미뤄지면서 투자액의 82%를 날렸다. 감사원은 이 같은 참담한 성적의 원인으로 '지식과 경험의 부족'을 지목했다. KIC의 상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7월 해외투자 경험이 없는 중소 연기금과 공제회 자금을 KIC가 위탁 받아 운용할 수 있도록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교사와 경찰관·군인들의 종잣돈을 KIC에 위탁시키겠다는 발상은 국부펀드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경험과 인력 면에서 가장 앞섰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그런 KIC가 대체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요즘 연기금 등은 앞다퉈 조직개편을 하고 인력을 충원해 대체투자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KIC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대부분이 돈을 좇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져온 투자안을 보고 투자실행을 결정하겠다는 발상에 머물러 있다. 해외 사무소를 두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해당 지역의 투자 건을 직접 보고 투자의 적합성을 따져보겠다는 기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리스크 관리체계도 문제다. 기존 주식·채권 리스크를 관리하던 기준과 수준을 해외 대체자산에 들이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뉴욕과 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글로벌 연기금 등과 협의체를 조직할 정도의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KIC도 낙제 성적표를 받았고 해당 수장은 도망가듯 사퇴했다. 대체투자 확대를 선언하기 전에 치밀한 로드맵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안일하게 접근한다면 대체투자는 뒷날 큰 화근이 될 수밖에 없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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