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스모그에 갇힌 중국] 발길 끊긴 관광지… 텅 빈 백화점… 스모그, 중국인 인내심마저 삼켰다

적색경보 베이징 가보니


적색 스모그 경보가 내려진 8일 베이징 지하철 5호선 쑹자좡역. 출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지하철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사상 처음 내려진 스모그 적색경보로 차량 홀짝제에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마저 80%로 감축되면서 지하철로 몰린 시민들은 지독한 스모그에 교통지옥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베이징 동쪽 외곽 공장들도 이날 스모그 적색경보에 가동을 중단했다. 스모그 적색경보에 공해유발기업 1,000여개가 66시간 동안 생산중단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명령에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 공장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게 현지 기업들의 전언이다. 10년째 퉁저우에서 플라스틱 사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쓰웨이룬(43·가명)씨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주문 받은 제품을 기일에 맞춰 보내야 한다"며 "벌금을 내더라도 내일은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퉁저우에서 허베이성 경계에 산재해 있는 공장들의 굴뚝은 스모그 적색경보가 내려진 8일에도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독한 스모그에 중국인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른 분위기다. 삼한사온이 아니라 베이징은 '삼우(霧ㆍ스모그)사펑(風ㆍ바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날 오후1시 베이징시 환경보호감측센터가 발표한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67㎍/㎥를 기록했다. 기준치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낮인데도 대기는 희뿌연 스모그에 휩싸여 초저녁으로 착각될 정도다.

이 때문에 이날 자금성·이화원 등 시내 유명 관광지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팡전 중국청년여행사 유럽담당은 "오늘 시내 관광 예약 취소가 60%를 넘었다"며 "적색경보 기간에 관광이 가능한지 문의전화도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 백화점도 텅 비었다. 유명 명품백화점인 팡차오디에서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진홍씨는 "스모그로 평일 백화점 방문객이 절반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스모그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한 예술가는 최근 100일간 베이징 공기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 '먼지벽돌'을 만드는가 하면 행위예술가 쿤닝은 주황색의 나팔을 만들어 만든 웨딩드레스와 모자·베일 차림으로 베이징 도심을 거닐며 스모그 실태를 고발했다.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보다 더 지독한 비난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장식했다. 이날 인스턴트 메신저인 웨이신에는 "독 스모그가 중국인을 평등하게 만들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한 최고의 정적은 부패세력이 아니라 지독한 스모그와 스모그에 좌절한 중국인들의 불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모그는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베이징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동북3성에서 상하이까지 국토의 15~20%가 스모그에 갇혀버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3~4년 후에는 환경비용과 의료보건비용이 국내총생산의 1.5% 이상이 들어가고 성장률이 2~3%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내에서도 스모그에 따른 보건재정지출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쥬이 베이징수도의과대 교수는 지난 1일 오는 2020년까지 매년 80만명의 폐암 환자가 발생하고 70만명이 폐암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민생보험은 폐암뿐만 아니라 스모그에 따른 각종 질병으로 매년 350만명 이상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이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양로보험 재정이 조기에 고갈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환경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계획이 끝나는 올해까지 3조4,000억위안(약 617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13차 5개년계획(2016~2020년)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스모그 등 환경대책에 17조위안(약 3,00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스모그의 원인인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각종 규제강화와 환경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모그의 32%가 공장과 도시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분진에서 유발되고 22%는 자동차 배기가스, 17%는 석탄연료에서 나오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에도 정작 기업들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판샤오판 베이징대 공공위생대학원 교수는 "1개의 시멘트 공장이 분진방지 설비를 갖추는데 대략 1,400만위안이 소요된다"며 "적자 상황에서 분진설비에 투자할 공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