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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비즈] 내수위축 속 수요를 창출하는 신개념 가전

소비자 취향 '저격'


성공한 제품의 니즈 따라하기보단 잠재적 소비 이끌어낼 제품 만들자

전자제품 개발트렌드 과거와 달라져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보여주기 전까지는."

스티브 잡스가 획기적인 상품이 새로운 시장 창출의 원동력임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가전에서도 잡스의 통찰이 적용되는 제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팔릴까' 싶었던 생소한 제품이 소비자들의 잠재적인 수요를 자극하며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아니라 '신제품은 수요의 어머니'인 셈이다.

최근 가전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G전자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가 대표적인 수요창출형 상품이다. 스팀 다림질, 탈취, 건조 그리고 약간의 세탁기능을 갖추고 있는 이 제품은 처음 접해본 소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가격대도 100만원선으로 고가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일단 써보면 편리함을 알게 된다'며 판매를 자신하고 있다. 양복·교복·블라우스 등 한번 입고 세탁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기에는 살짝 찝찝해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벌써 반응이 오고 있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스타일러가 불과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만2,000여대를 돌파했다. 고급 아파트의 붙박이 가전 시장에서도 건설사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6,000가구에 공급하기로 했다.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쓸 수 있도록 20여대를 한꺼번에 구매해가기도 했다. 지난 14일 롯데홈쇼핑에서 1시간 만에 3,780대를 팔아 43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해당 홈쇼핑에서 역대 시간당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국내 인기에 힘입어 미국과 중국 등 해외판매에 나선다. 이달부터 중국의 백화점 등에 스타일러를 진열해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미국에서도 '스포츠 의류 코스'와 인형·베개 등을 살균하고 건조해주는 '인형 코스' 등의 현지화 기능을 추가해 이달부터 판매한다.



로봇청소기 역시 신제품이 시장을 만든 경우다. 1997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사의 첫 로봇 청소기가 소개됐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이래 꾸준히 시장을 키우고 있다.

올해 발표된 맥킨지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18%가 로봇청소기를 사용 중일 정도로 대중화됐다. 걸레질에 익숙한 청소 문화 때문에 국내에서 과연 팔릴까 싶었지만 국내 유수의 가전사들이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성장단계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의 파워봇과 LG전자의 로보킹은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휴대폰으로 마치 게임을 하듯 조작할 수도 있고 원격으로 집 밖에서 작동시킬 수도 있다.

삶는 기능이 있는 소형 세탁기도 가전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2002년 내놓은 아기사랑 세탁기는 3㎏짜리 제품으로 최초로 '삶음' 기능을 탑재했다. 이후 이 제품은 아기가 있는 가정뿐 아니라 1인 가구, 혹은 세컨드 세탁기를 원하는 가구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며 지난 13년간 하루 120대씩 팔리는 꾸준한 '효자' 상품이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곧바로 인쇄할 수 있는 LG전자의 모바일 프린터 '포켓포토'도 기존에 없던 수요를 만들어내며 2012년 출시된 후 3년 만에 한국과 중국에서만 100만대가 팔려나갔다.

LG전자의 21대9 화면비의 울트라와이드 모니터도 새로운 모니터 시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기존 16대9 모니터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어색한 비율의 모니터였지만 일단 영화감상이나 비디오 게임을 해본 후 반응은 다르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자제품 개발 트렌드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소비자 수요 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이를 충실히 반영해 제품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인 수요를 끄집어낼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잡스다. 그는 "애플은 소비자 수요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곽숙철 CnE연구소장은 "지금도 세탁기 개발자들의 궁극적인 꿈은 '물 없는 세탁기'일 정도로 개발자들은 소비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제품을 고민 중"이라며 "성공한 제품들은 니즈를 좇기보다는 기획자의 통찰이나 기술적인 도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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