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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범죄에 맞서는 전문검사] <3> 박성훈 광주지검 검사 - 회계

회계사 출신… 저축은행 비리사건서 두각

박성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 인터뷰3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2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에 낭보가 전해졌다. '중국으로 밀항하려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선장·선원으로 변장해 잠복근무하던 해경이 체포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불법 대출로 저축은행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로 쫓기고 있던 신세였다. 검찰은 그가 사건 무마 등을 위해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한 정황을 이미 여럿 포착했다. 또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자금흐름을 추적해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 결국 검찰은 김 회장을 체포한 지 48시간 만에 구속하고 지난해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8년에 처하게 하는 등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당시 수사에서 이름을 알린 이는 박성훈(44·사법연수원 31기·사진) 광주지검 검사였다. 회계사이자 검사인 그는 수사 과정에서 본인의 회계지식을 폭넓게 활용해 김 회장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미래저축은행 외에도 프라임저축은행·대영저축은행 비리사건은 비롯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굿모닝시티 윤창열 회장 비리 사건 등 굵직한 경제 사건에서 성과를 거둬 회계분석 부문 최초로 '공인 전문검사(블루벨트)' 칭호를 획득했다.

'팔방미인' 박 검사가 법조인의 길로 들어선 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에 몸담고 있던 곳은 회계법인이었다. 1994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한 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계사로 근무하면서 줄곧 '회계는 물론 법률지식을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 검사는 곧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회계사 합격 후 5년 만에 사법시험에도 합격하면서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그는 서울중앙지검·광주지검·대검 중수부·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에서 본격적인 법조인 경력을 쌓았고 마침내 회계 부문 수사의 '베테랑'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 9월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파견 근무하고 있는 박 검사가 바쁜 수사 일정 가운데서도 자투리 시간을 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지식 나눔'이다. 굵직굵직한 화이트칼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전문 지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서다. 그가 검사 외에 현재 맡은 직함은 증권·금융·보험 전문검사 커뮤니티 간사로 바쁜 시간을 쪼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지식 나눔이'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3월 구성한 전문검사 커뮤니티는 검사들이 수사경험 등을 공유하는 모임. 퇴근 후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쪼개 세미나를 열고 최근 이슈 사건을 주제로 수사 실무 정보를 나눈다.

박 검사는 "경제 사건의 경우 철저한 수사의 기반에는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경제 사건이 해당 회사 손실 차원을 넘어 국가 명예까지 실추시킬 수도 있어 의학·회계 등 전문지식을 동반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증권범죄합수단 시절 수사했던 벽산건설 사기 분양거래 사건을 꼽았다. 이는 무자본 인수합병(M&A)이자 시세조종 사건으로 2013년 말 벽산건설 대표가 포함된 주가 조작 세력이 '중동의 한 거대 기업 A사가 벽산건설을 인수한다'는 소문을 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벽산건설의 주가는 보름 만에 35%나 뛰는 등 과열현상을 보였다. 이에 이상 조짐을 느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결국 소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증권범죄합수단은 이들 일당을 구속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박 검사는 "당시 카타르 소재 A사가 전혀 인수 의향이 없고 B씨 역시 연관성이 없었다고 알려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며 "경제 사건이 국내 경제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해 빠르게 수사에 착수해 일당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증권은 물론 회계 등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과거와 달리 검사들에게도 전문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열린 만큼 자발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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