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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환율 딴죽거는 미국… 원화 치솟아도 손 못쓰는 한국

워싱턴 정가, 한국 시장개입에 노골적 불만 표시


원·달러 환율의 과속추락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이 미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환율급락 시 단호한 구두개입을 통해 '쏠림 현상'을 경고하던 과거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이 도끼눈을 뜨고 있는 탓이다. 확실히 최근 들어 미국은 환율문제에 예민해졌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10월 재무부 반기 환율보고서에는 지난 4월보다 강도 높은 비판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몸을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10전 내린 1,121원에 마감했다. 이날 소폭 상승세를 보이던 환율은 예상보다 나은 중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6.9%) 발표 직후 급락 반전했다. 종가기준으로는 7월1일(1,117원50전) 이후 석 달 반 만에 최저치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오늘은 반등 기대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렸다"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당국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딜러룸 분위기를 전했다.

원·달러 환율에 하방압력이 강한 것은 1차적으로 미국 금리인상의 시점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강세에 따른 원화약세 요인이다. 연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기가 내년 3월 이후로 늦춰지면서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는 '역주행(강세)'이 길어지고 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라 국내로 밀려드는 달러의 흐름이 공고하다는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8.7%로 독일(7.9%)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930억달러, GDP 대비 6%대 후반이 예상된다.

미국은 대규모 경상흑자국인 한국의 환율개입에 대한 경고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8일 미국 의회보고서도 "한국은 과거 환율정책과 관련해 실망스러운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환율조작'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TPP 참가국들이 환율조작 문제 원칙을 만들었다"고 발언했다. TPP 가입에 몸이 달은 정부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환율문제를 언급하려다 한국 측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겉으로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속이 타는 분위기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상흑자가 수출도 안 되는데 수입은 더 안 되는(불황형 흑자) 구조라는 점을 미국 측에 어필하지만 안 먹힌다"며 "최근 의회에서 무역자유화(TPP)보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이 환율문제에 예민해졌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문제는 당장 환율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수출기업들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수준이 아직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간의 급락세가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다른 신흥국 통화 등 국제환율 움직임을 감안해서 생각보다 덜 개입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짧은 순간에 큰 폭으로 절하되면 갈피를 못 잡는다"고 말했다.

원화강세가 워낙 빠르다 보니 수출경쟁력에 직결되는 원·엔 환율도 흔들리고 있다. 원·엔 환율은 이날 오후3시 100엔당 939원73전에 거래됐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강세 폭이 워낙 커 원·엔 환율도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수출업체가 말하는 마지노선은 100엔당 920원인데 이달 들어 48원이나 빠지며 930원대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연선·김상훈 기자, 세종=이태규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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