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은 연극 ‘에쿠우스’에 엄청난 지분을 가진 배우다.” 1975년 연극 ‘에쿠우스’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40년째 공연하고 있는 극단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는 이 작품에 대한 조재현의 애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1991·2004·2009년 배역을 바꿔가며 에쿠우스에 출연했다. 2004년엔 나이 마흔에 17세 소년 역을 소화했고, 2009년엔 배우로 출연하며 연출까지 도맡았으니 “에쿠우스에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가진 배우를 본 적이 없다”는 이 대표의 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이 ‘엄청난 지분’의 주인공 조재현이 이번엔 ‘에쿠우스 제작’까지 나섰다. 국내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오르는 에쿠우스는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수현재컴퍼니와 실험극장이 공동제작했다.
조재현은 15일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열린 에쿠우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리가 사는, ‘정상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과연 우리가 행복한지 묻는 작품이 바로 에쿠우스”라며 “묵직한 주제의 이 작품이 무려 40년간 국내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시간이 지나도 공감 가는 스토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쿠우스는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 알런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이야기를 통해 신과 인간, 섹스 등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작가 피터 쉐퍼가 영국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그동안 수차례 에쿠우스와 연을 맺으며 알런과 다이사트 배역을 모두 소화한 조재현은 “마음은 여전히 10대의 알런”이라고 농을 던지면서도 “지금은 다이사트 배역으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웃어 보였다. “20대 시절 알런을 연기할 땐 (지금 내 배역인)다이사트가 말만 어렵게 할 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으며 그의 말을 이해하고 연민도 갖게 됐어요.”
알런은 류덕환·서영주·김윤호, 다이사트는 조재현·김태훈·안석환(3회 특별출연)이 연기한다. 2016년 2월 7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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