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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KF-X)가 계획대로 오는 2025년까지 개발된다는 가정 아래 던지는 질문. 'KF-X 개발에서 얻어진 기술로 한국 공군이 보유한 기존 전투기를 개량할 수 있지 않나. 특히 약 2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레이더와 항전장비 개량 등을 하려는 F-16·KF-16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우리 기술로 할 수 있지 않나.'
답은 '불가능'이다. 한국이 설령 기술을 완벽하게 익혀도 미국에서 설계한 전투기를 고칠 권한이 없다. 미국이 비밀로 보호하는 '소스 코드(source code)'를 공개하고 한국의 독자 개량에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미국이 설계했지만 생산은 한국 삼성항공(현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 흡수)이 맡은 KF-16도 마찬가지다.
이어지는 질문. '국산 훈련기로 시작해 전투공격기까지 파생형이 나온 T-50 시리즈는 독자 개량이 가능하지 않을까.' 답은 위와 똑같다. '불가능'하다. 초음속 제트 연습기 T-50을 경공격전투기로 개량한 FA-50 부대 배치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국방의 나래'라는 휘호까지 내렸지만 개량 권한은 한국이 아니라 개발을 주도한 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에 있기 때문이다.
KF-X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고위관계자도 최근 "KF-X에 들어갈 AESA레이더를 국산화하면 FA-50 개량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기술 원천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역설적으로 KF-X의 국내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이 주도해 개발한 전투기가 아니면 목적이 수리든 개량이든 어떤 미국제 전투기도 마음대로 뜯어볼 수 없다. 건건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핵심 4개 기술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KF-X는 한국이 마음먹은 대로 마음껏 개조할 수 있는 최초의 전투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두 가지다. 과연 방사청과 ADD가 개발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와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술 이전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갈등 조정. 그동안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술 이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왔으나 정의당이 미국 대사관에 문의한 결과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술 이전을 거부할 경우 사업은 더욱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한계를 안고 2025년께 4,000회 시행 출격을 마친 KF-X가 일반에 공개되며 '진정한 의미의 국산 전투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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