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베풀 수 있어 마음은 항상 부자랍니다."
농사일을 하면서 얻은 수익금을 25년째 사회에 기부해온 70대 촌로(村老)가 올해도 어김없이 기부에 나선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 용인에서 농사를 짓는 황규열(74·사진)씨.
그는 오는 10일 자신이 수확한 쌀 20㎏짜리 100포(500만원 상당)를 직접 정미소에서 빻아 용인시에 기부할 예정이다.
황씨의 기부는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사는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서 장학회가 창립되자 매년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해왔다. 그는 여기에 2012년부터는 쌀 기부도 병행하고 있다.
황씨는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 평생 쌀을 항아리 한가득 옆에 놓고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면서 "배고팠던 유년 시절과 돈이 없어 다니던 학교를 중단했던 아픔을 기억하며 나누는 삶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곱살 때 어머니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팔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보기만 하다 잃고 남동생마저 먹을 것이 없어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다는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게다가 6·25전쟁을 겪으며 여동생도 배고픔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황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다니던 중학교도 그만둬야만 했다.
황씨는 가난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고 한다. 그는 후학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장학금 기부부터 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역의 나눔단체인 '나눔회'와 백중문화제에도 성금을 내는 등 남모르게 선행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황씨는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농사지으며 하나라도 더 나누며 사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고 소박하게 말했다. /용인=윤종열기자 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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