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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기업인 만도가 중국시장 회복과 완성차 업체들의 전장 부품 확대를 발판 삼아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2년 연속 10조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달성하며 매출 5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을 9조 원 수준까지 끌어올려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 1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만도는 지난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만도의 매출액은 5조2,335억원, 영업이익은 2,559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증권가의 예상대로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무려 204.3%, 영업이익은 222% 늘어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폭발적 성장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주가도 9월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해 연말까지 41.5% 올랐다.
증권가는 만도가 올해도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지난해 4·4분기를 기점으로 턴 어라운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도의 중국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주요 고객사의 가동률 하락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11%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3·4분기에 철저한 비용 통제로 영업이익률을 다시 12.1%로 끌어올렸다. 이정훈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부진했던 중국 사업이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들의 빠른 성장과 납품 확대 영향으로 3·4분기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며 "2016년엔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업은 현지화 확대를 통한 재료비 절감과 로컬업체 납품의 핵심전장부품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대규모 신규 수주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더해져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만도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한 686억원, 2016년 1·4분기 영업이익은 12.6% 늘어난 6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각각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첨단 전장부품 수요 확대도 만도에게 새로운 기회다. 만도는 자율주행 기반 기술인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문에서 해외 톱 부품업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차종인 제네시스 EQ900의 고속도로주행지원(HDA) 시스템에 만도의 자동긴급제동장치(AEB), 정속주행장치(ACC), 차선유지지원장치(LKAS) 등이 탑재됐다. HDA는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돕는 ADAS의 일종이다. 최근 유럽의 한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도 만도의 ADAS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도는 기존의 브레이크, 스티어링, 서스펜션 제품에 고가인 ADAS 부품까지 공급하면서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고급차의 안전성과 기술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ADAS 장착을 확대할 것"이라며 "'제네시스 효과'로 만도가 유럽 자동차업체 등에 ADAS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만도는 해외에서 공급받던 77㎓ 전방 감지용 장거리 레이더 센서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데 이어 기술 난이도가 높은 AEB의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자율주행차 개발이 지속 되고 차량의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ADAS 업체로서 만도의 매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만도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매출처 다변화를 통해 수익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만도는 실제 중국, 북미, 유럽, 기타 지역으로 매출 포트폴리오가 고르게 분산돼 있다. 중국의 길리기차·상하이 기차를 비롯해 미국의 테슬라·포드, 유럽의 폭스바겐·BMW·피아트 등 굵직한 완성차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잠정) 기준 고객사별 매출 비중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57.7%, GM 19%, 중국로컬 11.6%, 유럽 4.8%, 기타지역 6.9% 등이다. 만도의 한 관계자는 "만도는 기술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 포트폴리오, 해외 각지에 분산돼 있는 지역 포트폴리오, 세계 유수의 프리미엄 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고객 다변화 포트폴리오 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4년 10조1,000억 수주에 이어 지난해에도 10조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 된다면 2020년 매출 9조원을 달성해 업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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