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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구 없이 선거운동부터 하겠다는 정치권 코미디

4·13 총선이 9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기본적인 '룰'인 선거구조차 획정되지 않았음에도 정치권이 전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번주 중 여야 지도부를 만나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막판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라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한마디로 코믹하기 그지없는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다. 정 의장의 계획대로 선거구, 비례대표 수 등의 조정에 성공하더라도 본회의 처리 등을 고려하면 '선거구 실종' 사태가 자칫 이달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일제히 총선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규칙도 없는데 선거운동부터 하겠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핵심 공약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의 선대위원장직 수락 자체가 이미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선거구 배분 싸움이 한창이다.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기존 선거구가 실종되는 바람에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은 커다란 불이익에 처해 있다. 반면 현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 보고 등의 형식을 통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을 뽑는 선거가 출발점부터 불공정한 게임이 돼버렸다.



19대 국회가 선거규칙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선거구획정위 9인 구성을 선관위원장 지명 1인과 여야 추천 각 4인으로 배분한 데 더해 재적위원 3분의2의 가중 의결정족수를 부가한 점에 있다. 이해 당사자들끼리 협상하는 마당에 이런 위원회 구성으로 무슨 결론을 내겠다는 말인가. 의결정족수를 재적 과반수로 재조정하는 등 획정위를 전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예 외부인사로 획정위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는 지금 정치판을 바꾸려는 유권자의 선거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4월13일 투표에 앞서 그들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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