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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중국 경제와 한 몸으로 여겨지는 화교 경제권이 중국발 리스크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과 정치·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국가는 과거 중국의 고도성장기에는 수출 확대 등으로 호시절을 누렸지만 최근 중국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 불안, 성장률 하락 등 호된 시련을 맞고 있다.
독립적 지위를 잃고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한 홍콩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자금 유출과 경제 펀더멘털 악화로 홍콩달러와 항셍지수가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20일 항셍지수가 3.8%가량 하락할 때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회사들의 평균 주가는 4.4% 이상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홍콩달러의 가치 하락으로 해외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져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실제 지난달 홍콩의 주택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이상 감소해 사실상 침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중국의 성장둔화가 계속 홍콩 경제를 압박할 것이라며 올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가치 하락과 관광객 감소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홍콩은 지난해 3·4분기에도 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도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ANZ)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성장률이 1% 하락할 때 싱가포르의 성장률은 1.4%나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싱가포르가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6년 만에 가장 낮은 2.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최근 미국달러당 싱가포르달러 환율도 1.4400달러를 넘기는 등 5년여 만에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 가격 역시 지난 2014년 4%, 지난해 3.7% 급락하는 등 17년 만에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만도 중국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GDP의 45%에 달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만은 중국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대만의 수출은 전년 대비 4.4% 줄어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앞서 블룸버그는 "대만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대만 GDP의 45%가 중국 수출에서 나왔다"며 "과잉투자와 글로벌 수요 부족으로 인한 중국 실물경제 부진이 대만 경제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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