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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체제를 바꾼 후 가맹점수수료와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논란이 더 심해진 것은 총선과 맞물리면서 가맹점수수료 문제가 정치 쟁점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자금조달비용, VAN 리베이트 금지 등으로 원가가 하락했다고 전제하고 영세·중소 가맹점뿐만 아니라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도 평균 수수료가 인하된다고 발표했다. 물론 원가에 따라 수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일부 가맹점의 경우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맹점들의 반발은 잠재울 수 없었다.
이번 논란을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가맹점수수료 규제다. 일부에서는 법으로 신용카드를 받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법으로 가맹점수수료를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신용카드사 간 경쟁을 간과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신용카드사들은 추가적인 이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소비자들에게는 무이자할부 및 포인트 적립 등 각종 혜택이 돌아가고 있고 가맹점들도 매출 증대의 효과를 보고 있다. 신용카드 의무 수납으로 궁극적 이득을 보는 주체는 정부다. 세원이 노출돼 합리적인 세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가맹점수수료는 원가를 반영해 책정하고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입 증가분의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이득은 정부가 보고 비용은 신용카드사가 지불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하는 것도 원가를 기준으로 한 수수료 책정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VAN 수수료는 결제 건당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소액결제 건수가 많은 영세·중소 가맹점의 원가는 상대적으로 높다.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도 문제다. 편의점·약국 등처럼 소액결제가 많으나 매출액이 높은 경우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된다. 결국 근본적인 처방은 결제비용을 낮추기 위한 규제 개혁이다.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결제비용을 낮추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지문인식 등 본인 확인 방법이 다양해지고 삼성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가 활성화되는 등 결제환경이 발전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결제수단의 선택권이 많아진 상황에서 사고위험 정도가 낮은 소액거래는 다양한 결제수단이 이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1만원 이하의 거래에 대해 가맹점 카드수납의무를 폐지해 가맹점에 결제수단 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맹점수수료는 가맹점·VAN사, 그리고 신용카드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등 모든 국민들의 이해가 달려 있는 문제이다. 정부가 여러 주체들의 요구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어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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