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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티첼리·다 빈치가 사랑했던 뮤즈들

■ 그림이 된 여인

허나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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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흐르는 한적한 숲 속에서 양복을 잘 갖춰 입은 두 명의 신사와 옷을 입지 않은 여성 한 명이 소풍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풀밭 위의 점심 식사(1863년 작)'.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이 작품은 지금이야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처음 공개된 당시에는 뜨거운 외설 논쟁에 시달려야 했다. 주변에 흔히 볼 법했던 부르주아 남성들 사이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앉은 여성의 모습에 관객들은 큰 불편함을 느꼈다.

논란은 2년 뒤 '올랭피아'가 발표된 후 가속화됐다. 나신을 드러낸 채 관객들을 향해 건조한 시선을 던지는 여성은 매춘부처럼 보였고 관객들은 그림 속 여성을 향해 '암컷 고릴라'라는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마네는 이 일을 시작으로 모더니즘이라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혀가기 시작했지만 두 그림의 실제 모델이었던 빅토르 뫼랑의 삶은 어땠을까. 멋진 포즈로 마네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이 여인은 근대 파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그림의 역사 속에 영원히 남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그녀는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파리의 변두리에서 삶을 마쳤다고 한다.

그림을 즐기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저자는 서양 미술사 속 여성을 살펴 본다는 또 하나의 길을 알려준다. 때로는 화가의 영감의 원천인 '뮤즈'로, 때로는 스스로 화폭에 들어간 당당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양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다방면으로 돕는다.



총 4장으로 이뤄진 책은 총 네 가지 여성상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름다운 여인'에서는 보티첼리, 다 빈치, 벨라스케스 등의 화가들이 작품을 통해 추구하려 했던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사랑에 빠진 여인'에서는 사랑이라는 격정적 감정의 순간에 사로잡힌 여인들을 그린 화가들을 소개한다. 3장 '당당한 여인'에서는 들루크루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프랑스 왕비 마리 드 메디치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마지막 장에서는 남성에게 받은 상처를 그림으로 극복한 프리다 칼로 등의 스토리를 담아 '여성 화가가 그린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다. 단순히 그림에 대한 설명이라거나 모델과 화가에 대한 고찰을 넘어 그림이 그려진 당대의 일·가정·관습에 대한 사유와 정서까지 읽어준다. 1만4,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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