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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새누리당에 부치는 편지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지도자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 권신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걸었던 전화 한 통 때문에 수세에 몰렸다. 그런데 뉴스를 본 사람들은 의외로 목소리가 차분하고 담담해 놀랐다. 옆에 누가 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않고 무심코 건 전화라고 보기에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 예상하고 벌인 일은 아닐까. 윤상현 의원 말이다.

요즘 포털사이트에서 정치인들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것은 상처이자 영광이다. 수많은 예비후보들이 자웅을 겨루는 가운데, 온 국민이 주목하는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은 좀처럼 없는 기회다. 전반적인 여론은 지역 민심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동네 밖에서 아무리 욕을 먹어도, 그 사람이 ‘저력있다’고 믿는 지역민들의 충성심이 있다면, 이따금 궂긴 소식은 호재가 되기도 한다. ‘그런 실수가 있었지만 나는 뽑겠다’라든가, ‘그 사람,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어.’ 라는 식으로 말이다. 새누리당을 찍는 콘크리트 지지율 35%에 해당하는 어른 세대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다. 일국의 대통령 정무특보까지 지낸 정치인이 그렇게 부주의하게 ‘전화질’을 했냐고 욕하고 싶지는 않다. 사과하겠다고 찾아간 대표 방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사실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오히려 조직이론가 헨리 민츠버그가 한 말처럼 의도된 전략(intended strategy)에 의해 조성된 위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일어날 파장을 기대하고 만들어진 의도적 플레이(play)일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심각한 게 있다. 리더의 카리스마적 지도력 아래 일사불란하게 공천 정국을 통과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새누리당은 한참 난맥상(亂脈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이렇다 할만한 비상 사령탑이 없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대표가 서로를 겨누고 있지만, 그것이 리더로서의 경쟁인지, 아니면 지배 계급 간의 아귀다툼인지 진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갖고 국민들을 대할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몇몇 야담(野談)에 따르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또 다른 위험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그들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거나, 예상을 뛰어넘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영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전국시대(戰國時代)와 같은 상황이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진박과 친박, 비박, 그리고 아무 그룹에도 속하지 못한 방외인(方外人)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구 획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모두가 선거 운동을 해 왔던 터다. 조금씩은 지역민들의 마음을 나눠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금 새누리당에게 정말 절실한 것은 ‘조직’으로서의 모습이다. 정당이 뚜렷한 정체성과 전략 없이 이권 세력의 각축장으로 변질될 때, 남아 있는 것은 국민들의 냉대와 지지도 하락뿐이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큰 그림’을 보고 앞으로의 정국을 설계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야권이 한 번도 자력(自力)으로 집권해 본 적이 없다는 게 우리 민주공화정의 역사라지만, 이처럼 리더쉽이 확보되지 않은 정당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도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제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사시라는 말이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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