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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혁신도시에 들어선 공공기관 사옥 4곳에 설치된 수영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을 건의해 수영장을 지었지만 매년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적자 탓에 물을 채운 수영장은 한 곳도 없는 형편이다. 일부는 탁구대를 들여 놓아 수영장에서 탁구를 즐기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13일 울산 중구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 울산혁신도시에 들어선 석유공사는 애초 설계를 변경해 수영장을 없애려고 했으나 정부와 울산시가 지역 주민을 위해 건설을 요청하는 바람에 결국 수영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25m 길이에 8레인 규모의 이 수영장은 1년에 4억~5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물을 채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 체육시설이 부족한 울산 중구는 시설을 기부채납하면 직접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지만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석유공사가 최근 사옥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문제는 더욱 꼬이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사옥 매각 결정이 났지만 매각까지 절차가 많아 당장 결정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수영장 문제는 중구청과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어떻게 될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중구 관계자는 "구청 입장에서는 수영장의 소유권이 어디로 가더라도 주민에게 개방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적자구조를 둘러싼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수영장이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면서 어느 한곳 제대로 나서서 운영하는 사례가 없는 지경이다.
2014년 9월 대구혁신도시에 들어선 한국가스공사도 25m, 7레인 규모의 수영장을 갖췄지만 비워 놓고 있다. 경북 김천혁신도시에 자리한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 11월 준공과 함께 곧바로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대신 탁구대를 설치해 직원과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2015년 3월 준공했으나 수영장 운영을 포기하고 탁구대를 들여놓았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주민 개방을 위해 수영장이 건립됐지만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공공기관의 자체 시설에 대해 개장이나 기부채납을 대놓고 요구하기는 어렵다"면서 "애초 정부도 지역 주민을 위해 이전 공공기관에 수영장 건립을 주문한 만큼 적자 운영에 대한 보전대책을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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