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원전의 빛과 그림자

이경진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이경진 교수.




지난 2월27일 한빛 원전 1호기가 부품 고장으로 멈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전의 터빈과 복수기(수증기를 물로 전환하는 장치) 경계부의 고무 패킹이 파손돼 발생한 상황이다. 고무 패킹 파손으로 복수기 진공에 이상이 생겼고 이를 감지한 안전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원전이 멈춘 것이다. 한수원은 이번 고장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해당 부품을 정비한 뒤 일련의 승인 절차를 거쳐 재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고장은 안전과 무관할 뿐 아니라 예비전력이 40% 정도 확보된 상태로 전력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도 일부 보도는 이번 부품 고장에 따른 원전 가동 정지를 ‘사고’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고장’과 ‘사고’는 다르다. 컴퓨터나 자동차 등 기계에 이상이 발견될 때 우리는 “고장이 났다”고 하지 “사고가 났다”고 하지 않는다.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원전 역시 개별 부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부품은 고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면 된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원전에서 고장은 사고를 막고 안전한 가동을 위한 장치다. 국제 기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에 따르면 원전과 관련해 방사능 누출이 있을 경우 사고에 해당하는데 국내에서는 방사능 누출이 동반된 사고, 그로 인해 인명 피해가 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이번 고장을 극한의 자연재해가 야기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동급인 양 한데 엮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는다.

원전 운영에 안전은 최우선의 가치이며 원전 안전에 대해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원전에서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자극적인 보도는 원전에 대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에 안타깝다.



원자력은 다른 주요 에너지원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고 발전원가 중 연료비 비중이 낮아 해외 에너지 가격 변동에도 안정적이다. 또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전체 발전량의 약 30%를 담당하며 안정적 에너지 수급과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원자력은 주요한 에너지원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위협이 가중됨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안정성이 확보된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 원전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관련 분야에서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5년이 흘렀다. 우리는 이후 초대형 자연재해를 포함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전 안전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해안방벽 증축, 방수형 배수 펌프 및 이동형 발전차 확보 등 후쿠시마 후속 대책을 실시했다. 현재 후쿠시마 후속 대책은 87.5%가 완료됐으며 오는 2020년까지 모두 이행 완료될 예정이다.

원전은 공포와 불안감을 유발하는 ‘괴물’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처럼 전문 인력의 통제하에 운영되는 설비다.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을 덜어내려면 원전 담당자들의 원전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