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2012년 한 해 매출이 75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었다. 엘앤피코스메틱이라는 회사 이름은커녕 메디힐 브랜드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불과 3년 남짓한 사이 한 장당 평균 소비자가격이 3,000원짜리인 마스크팩만으로 지난해 매출 2,378억원이라는 업계 신기록을 세워 화장품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해 한 해만 마스크팩 3억장을 팔았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며 증권가에서는 기업가치를 최대 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엘앤피코스메틱의 급성장은 중국 관광객 ‘유커의 힘’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뷰티에 열광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마스크팩을 대량 구매하면서 마스크팩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고 이 같은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브랜드 파워 외에 제품의 효능에 주목하는 유커가 많아지며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도 고속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엘앤피코스메틱을 비롯한 마스크팩 업체들은 무지막지하게 쓸어담는 유커의 바잉 파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기능성으로 입소문을 탄 메디힐 마스크팩의 경우 유커들이 낱개로 구입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 고객 한 명이 무려 300만원어치에 달하는 마스크팩 1,000장을 구입해 박스째로 배송을 요청하는가 하면 쇼핑 바구니가 넘치도록 마스크팩을 담아 줄을 서는 풍경도 쉽게 목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엘앤피코스메틱의 한 관계자는 “메디힐 매출의 70%가량은 유커에게서 나온다”며 “지난해 11월 메디힐 중국 법인을 설립하고 유통망도 늘린 덕에 현지 마스크팩 시장에서 한국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국내 1위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에서도 유커의 마스크팩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올리브영이 2월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춘제 기간(2월4~14일) 명동·가로수길·홍대 등 전국 주요 상권 39개 매장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제이준 블랙 물광 마스크 △메디힐 NMF 마스크팩 기획세트 △파파레서피 봄비 꿀단지 마스크팩 △AHC 바이탈 하이드라 수더 마스크 등 4개 제품이 전체 상품 중 매출 1~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카트를 차에 싣고 와 마스크팩을 담아가는 등 유커의 대량 구매 덕분이라는 게 올리브영 측 설명이다.
로드숍 브랜드들도 유커의 통 큰 구매로 마스크팩 품절 대란을 겪었다. 대나무·오이·녹차 등 자연 청정원료 마스크팩으로 유명세를 얻은 이니스프리 ‘잇츠 리얼 스퀴즈 마스크’의 경우 지난해 면세점에서 1인 구매 수량을 10개로 한정했을 정도다. 오전에 방문한 유커들이 마스크팩을 싹쓸이하며 오후 방문 고객은 아예 제품을 구경조차 못하는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자 내린 조치다.
마스크팩 인기가 높아지자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후는 시트마스크 7장에 10만원에 달하는 ‘후 공진향 인양 윤곽 마스크’를 내놓았고 면세 전용상품으로 30장짜리 25만원대 세트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역시 5장에 6만5,000원인 ‘설화수 자정미백마스크’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로더나 랑콤 등 글로벌 업체들도 한 장당 1만원이 넘는 고가 마스크팩을 출시하면서 마스크팩도 럭셔리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과거 사은품에 불과했던 마스크팩이 이제 어엿한 뷰티 메인 상품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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