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안소니 홉킨스는 1972년 조지 파이어의 소설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를 각색한 영화 출연 제안을 받고 책을 사기 위해 런던 시내로 갔다. 그런데 홉킨스는 서점에서 그 책을 구입할 수 없었고 집으로 가기 위해 레스터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그는 옆자리에 놓인 그가 구입하려던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를 발견한다. 여기까지도 놀랍다. 그리고 얼마 후 소설의 저자를 만난 홉킨스는 런던에서 겪은 일을 말해주자 그는 더욱 놀라운 일을 말해준다. 1971년 자기가 가지고 있던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를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 책을 런던에서 잃어버렸다는 것. 그런데 홉킨스가 주운 책은 저자의 친구가 잃어버렸던 바로 그 책이었던 것. 정말 놀라운 이 우연은 ‘놀라운 TV 서프라이즈’에 나올만한 내용이지 않은가?
책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안소니 홉킨스가 겪은 ‘놀라운 우연’, 미신 등 과학이 발전을 해도 여전히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는 영역에 대해서 통계학적으로 접근해 불가사의한 일들이 그렇게 불가사의한 것은 아니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벼락의 과학원리가 아니라 ‘왜 누군가는 벼락에 맞고 심지어 여러 번, 누군가는 맞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적어도 우연은 다섯 가지 법칙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우선 ‘필연성의 법칙’이다. 주사위를 던지면 1~6은 언제나 나오며 로또의 경우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구입하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맞는다는 것. 두 번째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이는 아주 많은 기회가 있으면 아무리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예를 들어 기차는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해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낮지만 기차를 자주 탈 경우 기차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선택의 법칙이다. 쉽게 말해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취사선택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케네디와 링컨의 암살 사이의 공통점 같은 이야기다. 링컨과 케네디에 대한 수 많은 데이터 중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부각하고, 그렇지 않은 자료들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 사건 사이에 놀라운 ‘우연의 일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네 번째는 ‘확률 지렛대의 법칙’. 이는 초기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키는 경우로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는 토네이도가 분다’라는 ‘나비효과’도 확률 지렛대 법칙이 작용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충분함의 법칙’이다. ‘맞고 틀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하는 오류다. 예를 들면 점쟁이가 “당신은 오늘 죽을 위기를 넘길 거야”라고 말했다고 가정하다. 그가 말한 죽을 위기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이는 것일 수 있고, 젖은 손으로 전자제품을 만지다가 감전사고가 날 수도 있다. 이 모든 경우를 죽을 위기라고 한다면 점쟁이의 예언은 틀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저자는 통계학적으로 우연에 접근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우연을 통계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차가운 접근은 흥미로울 모르지만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경험하는 불가사의한 경험들은 우리가 불안할 때 더욱 의미가 증폭되기도 하지만 때론 그 우연에 기대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만7,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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