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최희순(1916~1984)이었다. 어려서부터 문화에 관심이 많아 개성의 유적지를 두루 답사하며 고미술에 대해 공부한 것을 계기로 1943년 개성부립박물관에 입사했고 평생을 박물관에 살았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박물관을 점령한 북한군은 그를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으로 보내버렸다. 그곳에서도 그는 소중한 문화재를 북한에 빼앗길 수 없어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며 위기를 넘겼고, 이에 감동한 간송 전형필이 ‘혜곡’이라는 호와 ‘순우’라는 필명을 지어 주었다. 한국의 미를 예찬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 펴냄)의 저자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한국의 도자기와 전통 목공예, 회화사 분야에 학문적 업적을 남긴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인으로 ‘한국미술 2천년전(展)’, ‘한국미술 5천년(展)’ 등의 해외순회전을 주관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혜곡 최순우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일인 4월 28일을 전후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시민들의 모금으로 보존된 국내 첫 시민문화유산인 ‘최순우 옛집’(서울 성북구 성북로 15길9)에서는 오는 27일 3시부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함께 생일잔치’가 열려 최순우를 기린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9시에는 기타 5중주 그룹 ‘그랑기타퀸텟’의 클래식 기타연주를 비롯해 최순우 선생의 글 낭독 등이 ‘음악이 꽃피는 한옥’을 주제로 진행된다. 또한 최순우 선생의 글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을 메일이나 SNS로 전송하는 참여 이벤트도 상시행사로 마련됐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2004년 시민문화유산 1호인 ‘최순우 옛집’(등록문화재 제268호)의 출연을 계기로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다. 1930년대 근대 한옥인 최순우 옛집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보전돼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재단은 이외에도 ‘권진규 아틀리에’, ‘고희동 가옥’ 등 예술인의 옛 집에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02)3675-3401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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