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의 출발 고리다. 투자가 증가하면 고용이 늘고 가계소득이 많아진다. 이는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경기가 회복하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 이렇게 중요한 투자를 담당해오던 기업이 곳간에 돈을 쌓아놓고 저축만 하고 있다니 큰일이다. 11일자 서울경제신문을 보면 기업의 저축(S)에서 투자(I)를 뺀 차이(S-I 갭)가 2000~2007년 -3.9였지만 2012~2014년에는 1.0으로 플러스 반전했다. 기업의 저축액이 투자액보다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진한 경기 탓이 크다. 제조업 재고율은 1월 128.5%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월 72.3%로 가장 낮았다. 기업의 경기전망 인식을 보여주는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저점에서 올라올 생각을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한 묶음으로 돌아가는 요즘 경기 부진은 우리만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투자를 가로막는 한계기업이나 규제 등의 문제는 정부 의지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의 15%가량 되며 이 비율도 점증하고 있다. 이들 한계기업이 유망기업에 지원돼야 할 정책자금을 가로채면서 전체 설비투자 증감률을 연평균 1.2%포인트씩 갉아먹고 있다. 대통령이 ‘암덩어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조하던 규제의 혁파도 기업들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고 있다. 투자가 없으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 투자 환경만 나아진다면 기업은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다. 정부 스스로 던져놓은 투자 걸림돌만이라도 제거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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