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유가에 따른 대출자산 부실화와 정부 규제 강화 등 이중고에 직면한 미국 주요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4대 은행(자산 기준)은 오는 13일 JP모건체이스를 시작으로 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15일 씨티그룹까지 이번주 중 1·4분기 실적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 소재 제프리스의 켄 우스딘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유 가격이 반등하면서 실적에 대한 압박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충당금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유가 약세가 은행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들의 1·4분기 트레이딩과 투자은행 부문 수익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은행주는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와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 탓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연방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포트폴리오 평가 시 무담보 대출 등에 대한 부채평가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보유자산을 한층 보수적으로 평가하라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4분기 실적 악화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북미 지역 원유와 가스 생산업자들의 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댈러스 소재 로펌 헤인즈앤분의 파트너 버디 클라크는 “모든 지표들이 연내 더 많은 파산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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