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교복·굴착기’ 등 서로 연관성 없는 이종 업계가 같은 날 중국 덕분에 일제히 웃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조원 규모의 중국 교복시장에 진출한 형지엘리트는 이날 전일보다 29.91% 오른 5,820원에 장을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인 동시에 지난 1일 종가와 비교하면 2배가 넘게 오른 수치다. 거래소는 이날 형지엘리트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했다. 형지엘리트뿐 아니라 패션그룹 형지 계열사인 형지I&C도 이날 덩달아 29.9% 오른 2,650원에 장을 마쳤다.
‘닭고기’ 업계도 삼계탕의 중국 문호개방으로 때아닌 ‘호재’를 맞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할 국내 업체의 작업장 11곳이 중국 정부 등록을 마치면서 상반기 중 삼계탕 수출이 가능해졌다. 삼계탕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곧바로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동안 중국 측의 검역 및 위생 기준 문제로 지연돼왔다.
삼계탕 중국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대표적인 닭고기 업체인 하림은 이날 2.59% 오른 4,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팜스토리 역시 장중 1,605원까지 올라가는 등 상승세를 탔다. 닭고기 전문업체 마니커 주가 역시 4.25% 올랐다.
이처럼 중국진출만으로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최근 중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태양의 후예’처럼 한류 드라마가 국내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면서 인지도도 크게 올라갔다. 실제로 양계업계에서는 드라마 ‘별 그대’에서 ‘치맥(치킨·맥주)’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치맥 파티’를 연 것처럼 ‘태양의 후예’ 속에서 주인공들이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었던 장면이 삼계탕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차례나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도 이날 중국 시장이 회복되면서 주목받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굴착기 시장 판매량은 1만3,10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8.3%나 늘었다. 부진하던 중국 시장의 성장 소식이 들리면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전 거래일보다 6.04% 오른 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업체의 중국 진출 성과는 중국 내부 규제의 변화에 따라 크게 요동치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최근 중국의 보조금 지급 문제에 발목을 잡힌 바 있다. 삼계탕 등 음식료 업종은 검역 조건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중국 테마주로 묶인 업체 중에는 장기간 적자를 낸 곳도 있다”며 “중국 수출이 가능하다고 무조건 투자하기보다는 내실을 따져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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