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제시하며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2%대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에 머물면서 장기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IMF는 12일 발표한 ‘4월 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지난 1월 전망치(3.2%)보다 0.3%포인트 낮췄다. 하향조정 폭은 주요 국가 중 가장 컸다. IMF는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내린 3.5%, 선진국 역시 0.1%포인트 내린 2.0%로 전망했다. 신흥개발도상국도 0.1%포인트 떨어진 4.6%로 내다봤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도 2.7%로 1월 전망(2.9%)에서 0.2%포인트 낮췄다.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입 수요가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현대경제연구원(2.8%), 한국경제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5%) 등 국내 민간 기관과는 유사하고 정부(3.1%), 한은(3.0%), 한국개발연구원(KDI·3% 내외) 등 정부 유관 기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IMF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림에 따라 이들 유관 기관도 성장률 하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과 관련, IMF는 “금융불안 증가, 자산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이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제시해 1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선진국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유사한 완만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고령화, 생산성 감소, 양적완화에 따른 부채 증가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저하하고 있다”며 종전보다 0.2%포인트 내린 1.9%를 제시했다.
권역별로 보면 미국은 이전보다 0.2%포인트 내린 2.4%, 유로존도 0.2%포인트 낮춘 1.5%로 내다본 반면 일본은 0.5%포인트나 하향한 0.5%로 전망했다.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아베노믹스 회의론이 확산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신흥국의 경우 원자재 수출국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과거와 달리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 하락, 철강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다 신흥국이 의존하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IMF는 신흥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1%로 1월 전망에 비해 0.2%포인트 낮췄다. 중국은 6.5%로 과도하게 낮게 잡았던 종전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고 브라질이 -3.8%로 1월 전망에 비해 0.3%포인트 내려갔다.
IMF는 “세계 전체적으로 신흥국발 급격한 자본유출, 중국 성장전략 전환의 파급 효과, 세계 경제 잠재성장률 하락 등 장단기 위험이 혼재돼 있다”며 “선진국은 노동, 공공부문 개혁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 신흥국은 금융불안 및 재정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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