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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조선과 상황 비슷했던 SK하이닉스가 치킨게임서 살아남은 이유는

기술력·군살빼기·채권단지원 3박자

SK서 인수하며 국가경쟁력도 살려





지난 2001년 옛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는 무려 1조9,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999년에 있었던 ‘반도체 빅딜’ 후 LG반도체를 흡수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나빠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램 가격마저 급락한 탓이다. 채권은행의 관리를 받으면서 해외매각 직전까지 갔던 하이닉스는 지난해에만 영업이익으로 5조3,360억원을 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금의 해운·조선과 비슷한 상태였던 하이닉스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기에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일까.

하이닉스의 부활에는 주채권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역할이 가장 컸다. 대규모 손실 위기 속에서도 주채권은행인 옛 외환은행은 끝까지 지원을 포기하지 않았고 다른 채권단을 끝까지 설득했다.

2003년 3월 하이닉스 주식은 21대1 감자가 이뤄졌고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단행됐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하이닉스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지만 은행과 구조조정 작업을 조율하는 정부의 믿음이 있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내부에서도 하이닉스 지원에 대한 이견이 많았을 정도로 뜨거운 이슈였다”며 “수출산업이라는 점과 국가경제를 고려한 결과 지원이 계속된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인내는 대박으로 돌아왔다. 2009~2010년에 있었던 1차·2차 매각은 불발됐지만 2011년 하이닉스가 SK에 팔리면서 채권단은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

하이닉스를 사들인 SK도 재미를 봤다. 2015년에만 영업이익 5조3,360억원을 냈는데 3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이었다. 수출에도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최근 몇 년 새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같은 주력 계열사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SK하이닉스는 뒤를 단단히 받쳤다. 올해 들어서는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말이 그룹 내부에서 나올 정도였다.



기술력도 한몫했다. SK하이닉스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어려움 속에서도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율이 잘 나왔고 영업이익률이 1위를 차지했던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이닉스는 지금껏 두 번의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았다. 1차 치킨게임으로 독일의 키몬다가 2009년 무너지고 2012년 일본의 엘피다가 사라질 때도 하이닉스는 살아남았다. 최근에도 D램 20나노 초반급 공정을 모바일 제품으로 확대하고 10나노급 D램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군살도 많이 뺐다. 휴대폰·통신 부문을 팬택에 넘기는 것을 비롯해 당시 30여개의 사업 부문을 쪼개 팔았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임직원 30% 감축과 무급휴직도 병행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술력이 없었으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뼈를 깎는 자체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진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에서도 당장 눈앞만 보기보다는 보다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은 국가기간사업 성격이 강하고 조선은 수출 기여도가 높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하이닉스는 결과적으로 잘 풀린 구조조정이지만 기업 구조조정 시 당장의 상황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강조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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