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칸에는 가더라도 경쟁 부문에는 초대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가씨’는 제 작품들 가운데서도 아기자기하고 대사도 많고 모호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명쾌하고 후련한 영화이기에 그런 예술 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가게 됐네요. 그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정말로 궁금해집니다.”(박찬욱 감독)
한국 영화로서는 4년 만에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해 화제를 모은 영화 ‘아가씨’에 관한 상세 정보가 2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는 ‘아가씨’의 제작기, 국내·해외 예고편, 주인공 네 명의 캐릭터 영상 등이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민희·하정우·조진웅·김태리 네 명의 주연배우 모두가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아가씨’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의 이모부이자 후견인인 코우즈키(조진웅),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백작과 거래를 한 하녀 숙희(김태리), 네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감독은 7년 만의 한국 영화 복귀작으로 ‘아가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올드보이’를 함께 했던 임승용 프로듀서가 원작인 ‘핑거 스미스(사라 워터스 작)’을 읽고 다짜고짜 내게 안겨줬는데 읽고 나서 완전히 반해버렸다. 캐릭터들이 아주 생생하고 또 놀라운 반전이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작 소설이 있긴 하지만 감독의 각색을 거치며 내용은 상당 부분 달라졌다고도 한다. “각색된 시나리오를 원작자에게 보내줬는데 아주 잘 썼다고 칭찬해주면서도 내용이 많이 달라졌으니 ‘원작으로 하는(Based on)’이 아니라 ‘영향을 받은(inspired by)’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화는 감독의 첫 시대극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시대적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순 제작비도 130억 원까지 늘어났다. 박 감독은 “영국 이야기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봉건 질서가 남아있는 와중 자본 계급이 등장하고 또 정신병원 같은 근대의 기관도 나온다. 이것들이 구현된 시기를 따져보면 그 시기밖에 없었고,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이질적이기도 한, 그런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아가씨’가 지난 작품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대사가 많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대극이다 보니 일상에서 벗어난 표현이 가능했다. 수사도 좀 동원되고 멋드러진, 재치있고 의미 있는 대사를 해볼 기회라고 생각해서 맘껏 해본 것이다.”
‘아가씨’는 배우들에게도 색다른 도전이 됐다. 우선 배우 네 명 모두가 이번 작품을 통해 박 감독과 처음 작업을 했다. 김민희에게는 첫 시대극이고, 조진웅에게는 첫 노인 역할 도전이다. 특히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하녀 숙희 역에 캐스팅된 신예 김태리에게 ‘아가씨’는 뜻깊다. 김태리는 “오디션 마지막에 감독님이 ‘나는 너를 숙희로 정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촬영하는 내내 힘이 됐어요. ‘맞다고 생각하셨으니 선택하셨겠지’라고 믿으며 촬영에 임했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69회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아가씨’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14일 공식 상영회를 가진다. 박찬욱 감독은 여우 주연상 등의 수상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민희씨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상을 받고도 남을 만한 연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가씨’는 국내에서는 6월 초 개봉할 예정이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씨제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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