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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6]다이아몬드 교수 "한국 G3 경제대국 도약 잠재력 충분"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특별 대담

훌륭한 언어·빠른 결단력·인내심 등 차별화된 강점 가져

한국 국민, 지금까지 일궈온 성과에 자부심 가져야

中체제 지나치게 획일적…당분간 美 뛰어넘기 힘들어

‘서울포럼 2016’ 둘째 날인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 세션 행사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오른쪽)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 지금까지 일궈온 성과를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다면 주요3개국(G3)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의 대화는 한국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마무리됐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6’ 특별대담에서 만나 한국과 중국, 더 나아가 인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담론을 주고받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최 교수의 질문에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일궈온 것들을 계속 이어간다면 세계 1위는 아닐지라도 주요3개국(G3)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의 미덕으로 훌륭한 언어와 빠른 결단력, 인내심, 그리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그는 “한국이 오랜 세월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와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있었지만 침략·전쟁 등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참고 비교적 빠른 기간 안에 극복하는 것이 다른 국가와는 차별화되는 한국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일궈온 성과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학자의 공통 관심사는 단연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가 제시한 ‘인지혁명’ 개념이었다. ‘빅 히스토리(Big History)’ 학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하라리 교수가 다이아몬드 교수의 대표 저서인 ‘총, 균, 쇠’를 읽고 영감을 받아 쓴 ‘사피엔스’는 ‘영장류가 인류로 급성장하는 최초의 사건’을 농업혁명으로 본 다이아몬드 교수와 달리 그전에 인지혁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언어를 사용하며 종교·계급·권력·돈·국가 같은 가상의 실재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독창적인 신무기가 됐다는 이야기다. 최근 내한한 하라리 교수와 만났던 최 교수는 “인간의 뇌가 다른 종의 그것과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능력”이라며 “나는 이것을 ‘설명의 뇌’라고 부르는데 사피엔스 속 인지혁명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프레임으로 인류의 역사를 해석한 하라리 교수의 시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서울포럼 전 하라리 교수와 e메일 대담을 주고받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지혁명은 내가 ‘제3의 침팬지’에서 ‘인간의 위대한 약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부분과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며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정복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위대한 약진’이라고 부른, ‘완벽하게 발화된 음성언어’ 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교수에 따르면 침팬지는 성대가 있지만 두 가지의 모음·자음만 소리 낼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의 성대는 약 7만년 전 현대화돼 완전한 자음과 모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됐는데 이것이 인간과 침팬지를 가른, 인간의 약진이라는 얘기다.



두 지성의 대화는 현 인류의 종말 가능성을 논하는 데까지 확대됐다. 최 교수는 “하라리 교수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현재 인류가 100년 안에 멸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류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에게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AI 따위의 어떤 기술보다 농업혁명과 같은 구조적인 것”이라며 “인간은 AI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고를 하고 감성표현을 할 수 있는데도 일부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너무 낙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한정된 자원이나 불평등 문제로 인류가 30년 안에 자멸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현 인류의 소비행태를 이어갈 경우 수십 년 안에 사라질 자원이 태반인데다 불평등이 낳는 분노가 인류에게 훨씬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테러리스트나 대규모 이민 등은 정치·경제적 불균형이 초래한 대표적 사례”라며 “양질의 삶을 어떻게 인류가 골고루 누릴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전망도 이어졌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이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되기는 힘들다며 그 이유를 미국과 중국의 정치체제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50개 주로 나뉘어 있고 민주주의를 채택한 만큼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 일도 생기지만 투표를 통해 끊임없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심판할 기회가 있다”며 “반면 중국은 거대한 대륙을 하나의 공산당이 통치하는 탓에 의사결정 속도는 빠를지언정 그 방향과 잘못을 제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갑작스레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당분간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망이다.

한편 내년 출간 20주년을 맞는 ‘총, 균, 쇠’ 개정판 발간에 대한 얘기도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 균, 쇠’는 1997년 출간돼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서적으로 인류의 문명을 바꾼 3대 무기로 총과 균(세균), 쇠(철)를 소개하며 오늘날 부유한 국가와 빈곤한 국가의 차이를 정착 당시의 지리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다. 최 교수가 “‘총, 균, 쇠’는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한 명저이지만 새로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질문을 건네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웃음을 지으며 “마침 내년 3월 책 출간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개정판을 낼 참인데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보강·수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농업을 통해 인구밀도가 높아질 수 있었고 기술개발도 이뤄졌다”며 “농업이 인류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의를 중국과 멕시코·뉴기니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송주희·신희철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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