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재테크에서도 이 병법은 유효하다. 투자 목적과 가용자금, 나아가 내가 선택한 투자 상품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과연 나와 상대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재테크라는 전투에 임하고 있을까.
우선 투자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투자 목적을 파악하려면 언제, 어떤 용도로, 얼마만큼의 지출이 발생할 지부터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조사에 따르면 30~40대 응답자의 20%만이 노후에 필요한 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은퇴가 멀지 않은 50대도 31%만이 은퇴 후 필요소득을 계산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내가 투자할 상품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을까. 2014년 마스터카드에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 이해도는 전체 중 13위로 중국(10위), 베트남(11위)보다도 뒤처졌다. 적절한 투자 수단을 찾기 어렵거나 내가 투자할 상품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조사 결과 30~40대 응답자의 11%, 50대의 8%만이 재무 컨설팅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결국 재테크를 하는 목적도, 투자 수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셈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투자 목적과 투자 가능 금액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목적만 분명하다면 투자 수단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자 목적이 불분명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한들 잘못된 투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 목적을 파악하려면 가정의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향후 예상되는 소득의 흐름을 가늠해봐야 한다. 여유자금과 앞으로의 소득 변화를 계산해보면 투자 가능 금액이 나온다. 여유자금도 확인하지 않고 장기 투자 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중간에 해약하게 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다음으로, 향후 어떤 용도로 얼마만큼 지출하게 될지 파악해야 한다. 정확한 계산은 힘들더라도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애 이벤트를 예상해보고 앞으로 필요한 지출의 큰 그림을 그려두는 거다.
아무리 예쁜 옷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 없듯이 남들이 추천하는 재테크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본인의 투자 목적에 맞는 투자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계형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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