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를 달성하기는 솔직히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인천 연수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오찬 강연회에서 “가장 아픈 부분은 청년층 실업률이 높고 고용률이 낮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정책 역량을 쏟아부었으나 목표 실현이 여의치 않음을 경제 사령탑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 통계는 그 외에도 여럿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기업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의 이 같은 ‘우울한 경제 성적표’는 온전히 정부·여당의 기민하지 못한 판단력과 엉터리 정책 설계에만 기인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정도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내몰린 데는 정부뿐 아니라 사사건건 ‘발목 잡기’로 일관한 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野 반대로 경활법 중 원샷법만 통과…“정부 일할 환경 만들어줘야”=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총선 전까지 여야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쟁점법안에 대한 집중 협상을 벌였다. 이들 법안 중 새누리당이 처리를 원한 경제활성화법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4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이었다.
하지만 7개 법안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원샷법 하나뿐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협조를 목 놓아 호소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서비스법과 노동4법은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보수정당이 보수 이념을 내세워 정권을 잡았으면 우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칠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라며 “선진국들이 이미 앞장서 시행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를 가로막은 것은 ‘진영논리’에 매몰된 야당의 정치적 결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핵심정책을 제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정치권의 나태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또 “당정이 선정한 주요 정책은 일단 시행을 해본 뒤 결과에 대해 야당은 국회에서, 국민은 선거를 통해 심판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대 국회는 4·13 총선 결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된 만큼 거대야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과거와 같은 발목 잡기로 일관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야당 스스로도 차기 대선에서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비전 제시에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巨野, ‘선명성 투쟁’ 탈피하고 ‘정책 경쟁’ 펼쳐야”=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야당이 20대 국회에서는 정치이념 및 노선을 중심으로 한 ‘선명성 투쟁’보다는 ‘정책 경쟁’을 통해 책임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내에서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야당은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고 무조건 여당의 법안에 끌려갈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여당 역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야당과의 대화·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당은 서비스법의 경우 보건·의료 분야만 문제 삼고 있고 노동4법은 파견법에 대해서만 이견을 제시하고 있지 않느냐”며 “여당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합의를 도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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