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부동산 거래 계약 시스템인 ‘부동산 전자계약’을 두고 공인중개사 업계와 법무사 업계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직거래 수요자들과 법무사 업계는 부동산 전자계약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막상 시스템 이용권한을 갖고 있는 중개업자들은 전자계약을 꺼리는 상황이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서울 서초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 시범사업 실적이 단 3건에 불과하다. 올 2월 전자계약 시스템 개발 관계자의 친인척이 체결한 계약 1건과 애플리케이션 출시 이후 1개월 만인 지난 2일과 6일에 이뤄진 매매거래 2건 등이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종이계약서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공인인증, 휴대폰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거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전자계약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앱을 개발하는 한편 금융권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자계약 시 대출금리 우대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서초구 시범사업 이후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개 업계에서는 전자계약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자계약을 체결하면 실거래 신고 등이 자동으로 이뤄져 임대사업자와 중개업자의 소득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서초구 D공인의 한 관계자는 “전자계약을 당장 체결할 수 있지만 아직 시행해본 적은 없다”며 “주변 중개업자들은 중개수수료 등 소득이 100% 드러나 전자계약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서초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초지회가 함께 구성한 ‘시범운영 태스크포스(TF)’도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TF 구성원들이 전자계약을 사용해보고 문제점 등을 지적하면 시스템을 개선하려 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자계약 시스템을 공인중개사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매·임대차 계약을 직거래로 체결하거나 법무사 등의 자문을 받아 거래할 경우에는 전자계약을 이용할 수 없는데다 금리 우대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무사는 “부동산 거래에서 중개업자 없이 이뤄지는 계약이 적지 않다”며 “전자계약 시스템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단 전자계약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단 전자계약 시스템이 안정화된 후에야 일반인들에게도 이용을 허용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계에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국토부에서 시스템 운영을 일반인에게까지 넓힐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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