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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독일성악의 자존심 프리츠 분덜리히

유정필 테너




지난주 화요일 뜻깊은 공연에서 노래했다. 독일 성악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가수로 평가 받는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1930~1966)의 서거 50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여한 것이다. 사실 성악이라면 떠오르는 나라는 오페라가 탄생한 이탈리아지만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일 성악의 역사와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독일 오페라는 18세기 중엽까지 분명 이탈리아의 영향권 안에 있었으나 후반부터 차츰 독자적인 면모를 띄게 된다. 독일 민속극인 징쉬필(Singspiel), 즉 ‘노래연극’의 양식을 빌려온 독일어 오페라들이 잇따라 발표된 것이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베토벤의 ‘피델리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19세기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작곡되고 ‘음악극’이라 불리는 바그너의 오페라들이 나오게 되면서 독일 오페라는 이탈리아 못지 않은 존재감을 가지게 된다.

독일 성악의 꽃이라고 여겨지는 가곡의 역사적 의미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독일어로 지어진 시에 음악이 더해져 예술적 가곡이 만들어진 것인데 독일어로 ‘리트(Lied)’라 부른다. 우리가 잘 아는 슈베르트는 6백 여 곡의 리트를 남겼으며 시와 음악의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간 최초의 작곡가다. 이후 낭만주의에 접어들면서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들이 나왔고 ‘후고 볼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와 같은 작곡가들이 독일 리트의 역사를 이었다.



이외에도 교회음악에 포함되는 오라토리오와 칸타타 등 독일 성악의 세계는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깊은데 이 수많은 장르를 목소리 하나로 평정한 테너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프리츠 분덜리히’이다. 분덜리히는 바이올린 연주자인 어머니와 합창지휘자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 그가 활동할 당시 독일 오페라 극장에서는 작품의 원어 대신 독일어로 부르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것은 현재도 독일 중소 도시의 오페라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분덜리히는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목소리와 또렷하고 세련된 발음, 지적이면서도 절제된 해석으로 오페라뿐만 아니라 독일어로 된 거의 모든 레퍼토리에 정통했다. 그가 남긴 음반들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테너들의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는데 필자도 대학 시절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라는 연가곡을 공부하며 분덜리히의 음반을 수백번도 더 들었던 기억이 있다.

분덜리히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사람은 타고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는데 천재는 단명한다는 속설처럼 그도 서른 여섯번째 생일을 몇 일 앞두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의 사랑’ 중 첫 곡 ‘이 아름다운 5월에’의 첫 구절을 부르는 분덜리히의 음성이 떠오르는 밤이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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