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로 적잖은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 대표적인 피해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 영국 투자를 늘리는 등 영국을 EU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한 전략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여왔지만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되면서 유럽 시장을 노리는 중국의 장기 계획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중국은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국 런던에 역외 위안화 교역센터를 세운 데 이어 지난달에는 홍콩을 제외한 역외시장으로는 처음으로 런던에서 30억위안의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등 런던을 위안화 국제화의 핵심 기지로 삼아왔으나 브렉시트로 인해 이 같은 전략의 전면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중화권 은행 메이뱅크의 분석을 인용해 브렉시트로 인해 중국의 위안화가 인도의 루피화와 함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을 통해 EU 시장에 우회 진출하려던 중국 기업들의 전략도 꼬이게 됐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최근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중국 기업들이 유럽 지역 본부를 영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의 이동통신사 ‘스리’의 최대주주인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도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닛산 등 1,30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영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역시 브렉시트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은 비EU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영국에 많은 투자를 해온 나라로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영국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총투자액은 590억달러에 달한다. 일본 기업들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EU 시장의 거점으로서 영국에 높은 가치를 둬온 만큼 이번 브렉시트 결정은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브렉시트에 따른 엔화 가치 급등으로 수출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일본 기업들이 겪게 될 브렉시트 ‘이중고’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U 내부에서는 영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와 아일랜드·키프로스·포르투갈 등이 최대 피해국으로 꼽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영국과의 합작기업이 많아 브렉시트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 반면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오스트리아·프랑스 등은 영국과의 무역이나 직접투자, 영국 거주민 등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립기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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