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인 아르헨티나로 조심스레 다시 몰리고 있다. 22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야당이 승리해 포퓰리즘 정권이 교체되면 친시장적 정책으로 경제가 성장기회를 잡고 안정적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아르헨티나 증시는 25% 이상 급등했다. 달러 표시 아르헨티나 국채 수익률과 미 국채 수익률 간 격차도 올해 초 7.6%포인트에서 최근 4.8%포인트로 좁혀졌다. WSJ는 "지난 12년간 경제를 망가뜨렸던 집권당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계 등 투자가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22일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다니엘 시올리 후보와 야당인 '공화주의 제안당(PRO)'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 간 대선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여론조사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인 마크리 후보가 7~10%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GAM홀딩의 데니스 프라임 투자 매니저는 "마크리 후보가 승리할 경우 무차별적인 돈 찍기, 외환통제, 과도한 재정지출 등 기존의 정책을 바꿀 것"이라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가 80% 정도에 이른 현지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투자가는 팜파 에너지아 등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기업의 주식예탁증서(ADR)도 매수하고 있다.
WSJ는 "브레반하워드·레드우드캐피털 등 일부 헤지펀드는 물론 장기투자가들도 아르헨티나에 베팅하려는 신호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버딘자산운용의 빅토르 자보 펀드매니저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디폴트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등 몇몇 이웃국가처럼 엉망은 아니다"라며 "정부 지원 없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험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아르헨티나 성장률이 -0.7%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물가 상승률은 25%에 달한다. 무엇보다 페소화 가치가 40%나 고평가된 것으로 추정돼 통화가치 하락시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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