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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와치] 은행의 경쟁자는 카카오? '플랫폼 전쟁' 불붙다

기존 모바일뱅킹 업그레이드

계좌 없이도 누구나 이용하고

게임·음악 등 콘텐츠도 제공

우리·하나·신한 등 시중은행

내년 인터넷은행 출범 앞두고

종합 금융플랫폼 잇달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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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5A16 주요 금융사 모바일 플랫폼 특징


10여년 전 경영학계에서는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유행했다. 나이키와 닌텐도는 업종이 다르지만 고객의 ‘생활습관(Life Style)’이라는 시장을 놓고 맞붙는다는 점에서 넓게 보면 서로가 경쟁상대라는 통찰이 담긴 말이었다.

2016년의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당기순익 기준으로 국내 1등 은행이라는 신한은행의 경쟁상대는 어딜까. 리테일 최강자 국민은행이나 자산규모 1위인 KEB하나은행, 기업금융의 강자 우리은행이 먼저 떠오른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글로벌 은행인 씨티나 HSBC·스탠다드차타드(SC) 등도 떠오를 수 있겠다.

하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은 이제 금융산업에 대한 시각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들은 카카오를 시중은행의 가장 큰 경쟁상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른바 ‘은행 없는 은행’ 시대를 맞아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카카오 같은 모바일플랫폼 사업자가 언제든 기존 금융사업자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사들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체 모바일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고 ‘은행 계좌가 없어도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용자 외연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금융이 플랫폼 서비스로 탈바꿈함에 따라 금융사들이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과 제대로 자웅을 겨룰 태세다.

◇생활 플랫폼 꿈꾸는 은행들=은행들이 최근 내놓는 모바일플랫폼은 기존 모바일뱅킹 앱과 모습이 다르다. 기존 은행 모바일뱅킹 앱은 해당 은행 계좌가 없으면 서비스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고객이 신한은행 앱을 깔아도 신한은행 계좌가 없다면 송금은 물론 대출이나 예금 가입 등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나온 은행 모바일플랫폼은 누구나 이용 가능할 뿐 아니라 이용하고 싶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쉽게 들어와 쉽게 사용한다는 플랫폼의 본질적 특성을 잘 구현해놓은 것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모바일플랫폼을 내놓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위비뱅크’를 출시하며 은행 플랫폼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위비뱅크는 중금리대출 등 모바일 특화상품을 탑재하고 게임이나 음악 듣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해 지금까지의 뱅킹 앱 서비스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리은행은 이어 ‘위비톡’이라는 자체 모바일메신저를 내놓고 ‘위비멤버스’ ‘위비마켓’ 등의 서비스로 위비뱅크 기반의 플랫폼 확장정책을 펼치고 있다.



핀테크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하나은행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하나은행은 여타 은행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이른바 ‘투뱅크’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달리 뱅킹 앱인 원큐뱅크(옛 하나N뱅크)는 그대로 두고 ‘하나멤버스’라는 별도 멤버십 서비스 출시를 통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입자 500만명 돌파를 앞둔 하나멤버스는 OK캐쉬백이나 CJ원포인트·신세계포인트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으며 1만원 단위씩 현금화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머니즐기기’ 기능을 탑재해 하나멤버스를 하나의 ‘놀이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플랫폼은 ‘써니뱅크’다. 써니뱅크는 타행 고객도 이용 가능한 환전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에 특화된 대출상품을 통해 동남아로까지 보폭을 넓힌 ‘글로벌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또 최근에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 ‘판(FAN)클럽’을 출시해 플랫폼 확장전략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출시한 ‘리브(Liiv)뱅크’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목표로 일정관리, 경조사비 보내기, 더치페이 등이 가능하도록 해 여타 은행 모바일플랫폼과 차별화했다. 기업은행의 아이원(i-ONE)뱅크는 기존 기업은행 모바일뱅킹 앱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담아 종합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이들 모바일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각 금융사 수장들이 사실상 진두지휘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위비뱅크의 경우 이광구 행장이 신규 서비스 출시일정 등을 직접 챙기며 개발팀을 독려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본점 행기 옆에 위비 깃발을 달게 하는 등 위비뱅크를 ‘또 하나의 우리은행’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나멤버스의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관련 개발팀과 도시락 회의를 하며 서비스 방향을 결정하는 등 개발 초기부터 공을 들였다. 써니뱅크와 리브뱅크의 경우 각각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큼 서비스 최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원뱅크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기업은행 본점 행기 옆에 아이원 로고 깃발을 달게 하고 관련 사업부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사도 이제는 ‘졸면 죽는다’=금융사들이 이같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어떻게든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 2010년 모바일메신저 시장에서 계속되는 악수(惡手)로 카카오에 관련 시장을 송두리째 내준 이동통신사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자리했다.

현재 금융환경은 2010년의 데자뷔라 할 만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는 ‘뱅크월렛카카오’나 ‘카카오페이’ 등을 출시해 기존 금융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까지 앞두고 있다. 금융사 나름의 플랫폼을 구축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지 않는 한 카카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시중은행들로서는 카카오처럼 초기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갖출 때까지 플랫폼 가입자 유치에 힘을 쏟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금융습관이 보수적이라고는 하나 계좌이동제 및 각종 규제완화로 기존 금융사업자들을 보호하던 보호막이 깨지고 있어 새로운 형태로의 서비스 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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