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신한금융투자 8층 오전7시. 직원 두 명이 앉아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열심히 부른다. 사내 노래대회라도 나가나 싶지만 ‘업무’의 일환이다. 오전 팀 전체회의 전에 가사를 모두 암기해 합격을 받아야 한다. 신한금투 에퀴티스와프(Equity Swap)부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직원 모두 1주일에 한 곡씩 1년 52개 팝송을 외운다고 한다.
에퀴티스와프부는 직급 관계없이 존칭도 존대도 없이 영어이름을 부르고 회의를 포함해 모든 업무가 영어로 진행된다. 회사 차원의 지시사항도 아니고 자발적인 영어 열풍으로 다른 부서에 눈치가 보이지만 이런 영어 열풍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영어는 부서 업무 특성상 해외 헤지펀드를 통한 상품 기획과 운용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부서는 국내 롱쇼트 시장을 급팽창시킨 주역으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2년 9월 롱쇼트 파생결합사채(ELB)로 불린 신한 ARS(Absolute Return Swap)를 만들어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 3조원을 넘겼다. 지난해만 1조7,0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신한금투의 효자 부서로 꼽힌다. 경쟁사들까지 포함하면 7조원대에 달하는 롱쇼트 상품을 일궈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5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롱쇼트의 본류인 헤지펀드보다 시장 규모가 크다.
출시 5년 차인 신한금투 ARS는 ‘글로벌아이’를 출시해 한 번 더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아이는 전 세계 13곳의 헤지펀드와 연계해 국내 투자자에게는 파생결합증권(DLS) 형태로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 기관투자가 위주의 해외 헤지펀드 투자를 일반투자자까지 확대했다. 이미 지난달 말 영국 헤지펀드 두 곳에 200억원가량의 투자금이 집행됐고 이달에도 투자자 모집이 끝났다. 이 진화의 발판이 영어라는 게 에퀴티스와프부를 이끌고 있는 임일우 이사의 설명이다. 임 이사는 “직원들에게 영어이름 ‘앤디(Andy)’를 부르게 하고 영어로 대화하면 영어실력을 높일 뿐 아니라 상급자 눈치를 보느라 상품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의 딱딱함이 극복된다”며 “영어성적은 만점을 받고도 해외 상품담당자와 원활하게 소통을 못 하는 형편을 개선하려는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입사 초기에 영어 한마디를 못하던 직원이 영국 런던의 헤지펀드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상품기획을 하는 것을 보면 ‘영어몰입’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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