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의 주요 기자재 납품업체들의 모임인 STX파트너스 관계자는 19일 “조만간 기자재 납품 업체 300여곳과 사내 협력사 70여곳 등 총 400여개 업체들로 STX조선해양 협력업체 채권단을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이달 초 포스텍에 이어 고성조선까지 주요 협력사 및 계열사들이 줄줄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연쇄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산과 채무가 동결돼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협력업체들이 납품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STX파트너스 관계자는 “400여곳의 협력사들이 현금 없이는 거래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하루하루 피를 말리며 연명해가는 상황”이라며 “사장들이 개인 재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거나 급매로 부동산을 팔아가며 억지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도 “STX협력사라는 이유로 거래처들이 현금을 주지 않으면 철근 하나 넘겨주지 않는다”며 “임금 줄 돈이 없어 숙련 근로자들이 유출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주문 받은 제품을 제 때 납품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업체들은 입을 모았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주문을 받아 납품을 위해 이미 제작해 놓은 제품이 창고에 쌓여 있는 데 STX조선해양에 제때 납품을 못하면 시세의 60~70%선에 헐값에 내다 팔 수 밖에 없다”며 “STX조선해양에 납품을 하고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법원과 채권은행이 협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STX조선해양 협력사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최근 120억원의 납품 대금 지급을 허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연쇄 부도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업체들에 따르면 5월 납품 대금만 총 500억원에 달한다.
협력사들의 매출 채권 가운데 STX조선해양에만 총 2,800억여원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산업은행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STX파트너스 관계자는 “산은은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STX조선해양에 지원하기로 했던 600억원의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협력사들은 조만간 서울 산은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오는 25일 법원이 채권자,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관계인 설명회를 들어보고 향후 행동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한영회계법인의 중간 조사보고서를 제출받은 결과,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일단 회생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혜진·서민준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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