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사상 최악의 ‘도핑 파문’에 휩싸였다. 국제역도연맹(IWF)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불가리아 등 4개국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금지’를 명령했다. 불가리아는 지난해 11명이 도핑 양성반응을 보여 징계를 받았고, ‘해당 시즌에 도핑으로 9명 이상이 징계를 받은 나라는 다음 시즌 국제대회 출전을 불허한다’는 IWF 규정에 따라 리우올림픽 출전이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는 최근 재검사한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올림픽 소변, 혈액 샘플에서 3명 이상의 선수가 양성 반응을 보여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림픽 출전 여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결정하지만, 이미 약물이 만든 오명을 씻기는 어렵다. IWF는 북한(2장), 아제르바이잔(2장), 몰도바(2장), 루마니아(1장), 우즈베키스탄(1장)에 올림픽 출전권 일부 박탈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역도는 외로운 게임이다. 사방 4m(4mX4m)의 플랫폼 위에 서면 바벨을 잡는 순간부터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심판의 성공 사인(Good Lift)을 받을 때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역도는 인상(snatch)과 용상(clean and jerk),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올림픽에서는 부문당 3차례 시기가 주어지고, 합계로 순위를 가린다. 근력과 순발력 등 신체 능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종목이라 ‘약물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약물의 도움을 받고서라도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를 번쩍 들어 올리며 중력을 거역하는 쾌감을 느끼려는 선수들이 유혹에 빠져 약물에 손을 댄다. IWF는 2016년 역도계를 강타한 약물 스캔들에 강경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암흑기에 빠진 한국 역도에는 약물 파문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역도 대표팀 윤석천 감독은 “도핑 스캔들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어떤 체급에 어떤 선수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 선수보다 상위에 있던 선수들이 상당수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며 “우리 선수들은 감기약도 먹지 않았다. 약물로 기록을 만든 선수들과는 다르다. 리우에서 선수들의 노력이 보상받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하지만 여전히 메달 가능성은 희박하다. 리우올림픽에 걸린 역도 금메달은 총 15개다.
남자부에 56㎏급·62㎏급·69㎏급·77㎏급·85㎏급·94㎏급·105㎏급·105㎏이상급 등 8개 체급이 있고, 여자부에 48㎏급·53㎏급·58㎏급·63㎏급·69㎏급·75㎏급·75㎏이상급 등 7개 체급이 있다.
한국은 풀 시드(10장) 획득에 실패해 남자 62㎏급 한명목(경남도청), 69㎏급 원정식(고양시청), 85㎏급 유동주(진안군청), 94㎏급 박한웅(한국체대), 여자 53㎏급 윤진희(경북개발공사) 75㎏ 이상급 손영희(부산역도연맹), 이희솔(울산시청) 등 7명이 출전한다.
이중 원정식과 윤진희는 ‘부부 역도 국가대표’로 관심을 모았다. 손영희와 이희솔은 ‘메달권에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록에서는 밀리지만, 한국 역도 대표 선수들에게는 지켜야 할 자존심이 있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은 역도에서 나왔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성집이 미들급 동메달을 따며 역사를 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장미란과 사재혁이 동시에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역도의 전성기를 열었다.
리우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꼽힌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은메달을 땄던 윤진희는 “바닥까지 내려왔으니 올라설 때가 됐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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