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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반도체 전쟁] 낸드기술 두달만 늦어도 수천억 손실...한미중일 생존위한 투자경쟁 가속

<상>기술의 ‘치킨게임’

3D 낸드 비중 14%서 연말까지 32%로 급증 예상

64단 기술·인력 확보 위해 M&A 등도 늘어날듯

삼성전자 1강 체제 속 미·일·중 거센 추격 본격화





시장조사기관 IHS는 올해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를 328억5,300만달러(약 36조9,800억원)로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파른데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수량 기준)은 낸드가 35.6%로 D램(25.3%)을 크게 앞선다.

D램은 휘발성 메모리로 전원을 끄면 기억이 사라지지만 평소에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돕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반면 낸드는 기억이 남는다.

둘 다 필수품이지만 최근에는 낸드 수요처가 크게 늘고 있다. 낸드의 내년도 시장 규모는 337억달러로 D램(332억달러)을 제칠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3차원(3D) 제품은 낸드 시장을 평정할 주인공이다.

빠른 속도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고 있는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경우 용량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3D 제품 사용이 필수다. 반도체는 방(셀)을 많이 만들수록 용량이 커지는데 지금 기술로는 방을 더 작게 쪼개 방의 숫자를 늘리는 미세공정에 한계가 왔다. 이 때문에 위로 쌓는 3D 제품만이 커지는 용량 수요를 맞출 수 있다.



특히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시대는 3D 낸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요인이다. 현재 삼성은 256Gb(8bit=1byte) 용량의 SSD를 생산 중인데 대규모 자료를 모으는 빅데이터와 인터넷상 저장장치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용량의 3D 낸드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감안하면 3D 낸드를 장악하는 기업이 낸드플래시 시장 전체를 석권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구현용 SSD 수요 급증→3D 낸드 판매 증가→3D 낸드 생산기업 이익 확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IHS는 2·4분기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D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였지만 올해 말께는 3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이 비수기인 2·4분기에 반도체를 비롯한 DS(부품) 분야에서 2조6,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방한 데도 3D 낸드가 효자였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D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3D 제품이 주가 될 것”이라며 “이제 3D 낸드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작업자가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에 이어 SK하이닉스·인텔·도시바 같은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3D 낸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이 같은 시장 변화 때문이다.

결국 답은 기술력이다. 반도체는 집적도의 싸움이다. 한정된 공간에 얼마나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게 하느냐에 승패가 갈린다. 기술력이 두세 달만 늦어도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다.

반도체 업체들 간에 기술력을 놓고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이로도 안 되면 인수합병(M&A)을 통해서라도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3D 낸드의 경우 당분간 삼성의 1강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64단 3D 낸드를 적용한 SSD를 연내에 내놓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다른 기업과 기술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64단 양산 계획을 밝힌 도시바만 해도 삼성과의 격차가 크다. 노무라증권은 도시바의 3D 낸드에 대해 “64단은 돼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은 내년 상반기부터는 평택에서 3D 낸드 제품을 추가로 생산한다. 규모 측면에서 다른 경쟁업체를 압도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48단 때부터 채산성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후발주자들이 뛰어들긴 했지만 삼성의 독주는 이어질 듯하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3D 낸드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의 3국 싸움에 중국이 뛰어든 4각 경쟁체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이 독보적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한미일+중’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현재 3D 낸드는 우리 제품에 공급하는 것만도 벅찬 상황”이라면서도 “후발업체들이 속속 3D 낸드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는 D램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더한 D램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74.4%로 미국(18.8%)과 대만(6.8%)을 압도하고 있다. 낮은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이 D램 공장을 착공해 국산화에 나서고 인텔이 메모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카 보급으로 반도체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더 커질 수는 있겠지만 경쟁국이 따라오는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발 빠른 투자와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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