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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사는 믿을만하다"...베트남 큰손 선뜻 투자

■부동자금 1,000조 자본시장으로 되돌리자

<4>해외서 금맥 찾는 증권·운용사

미래에셋 한투 신한 등

베트남·印尼 지점 늘리며

시장 점유율 크게 끌어올려

IB 확대로 장기성장 모색도

美·英 등과 경쟁하기보다

문화·지리적 인접국 진출

'금융 베이스캠프' 삼아

글로벌시장 공략 잰걸음





지난달 19일 베트남 호찌민시의 번화가인 레라이 거리에 위치한 현지 2위 증권사 ‘호찌민 증권’ 본사. 호찌민 증권의 이코노미스트가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호찌민 사무소 주식운용팀장 등을 대상으로 호찌민증권의 수익성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호앙꽁뚜안 호찌민증권 커뮤니케이션 실장에게 현지에 진출해 있는 KIS베트남 등 한국 금융투자사들에 대해 묻자 “호찌민증권의 경쟁사는 외국계 증권사이고 그 중 KIS베트남은 유력한 경쟁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업체들의 인력 확보 전략, 사업 전략 등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날인 20일 오후 KIS베트남 지점에는 하나둘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KIS베트남의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듣기 위해서다. 5억동(약 2,485만원)을 KIS베트남을 통해 투자한다는 누푸옥틴(38·여)씨는 “KIS베트남은 선진 금융시장을 앞서 경험한 믿을 만한 증권사”라고 말했다. 5억동은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한화로 3억원 정도의 가치다. KIS베트남은 2010년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 베트남 증권사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의 씨앗을 틔우고 있다. 과거 실패 경험을 기반으로 ‘될성부른’ 시장에서 끈기 있게 체력을 다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아시아,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2000년 주식 거래가 처음 시작된 베트남 금융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 호찌민 거래소의 VN지수는 2007년 1,000선을 넘기도 했지만 금융위기로 반 토막 난 후 더딘 회복을 하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 열풍에 베트남에 뛰어들었던 외국계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들은 예외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037620)·NH투자증권(005940) 등이 현지 투자를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07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40명 규모의 법인과 2개 지점을 운영하면서 이르면 연말까지 1개 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올 들어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자본금을 늘리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남안증권 지분 100%를 인수하며 베트남 사업을 본격화했다.

운용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피데스자산운용 등이 호찌민에 사무소를 두고 직접 베트남 기업들을 탐방하며 베트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각각 ‘한국투자베트남’ ‘미래에셋베트남’ ‘피데스신짜오사모1호’ 등이 대표 펀드다. 배승권 팀장은 “향후 10년간 ‘넥스트 차이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베트남 시장의 상승세를 투자자들에게 수익률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NH투자증권이 현지에 ‘NH코린도증권’을 설립하고 100위권에서 20위권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지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딩증권’을 인수해 온라인 1위에 오르고 전체 시장점유율 3위로 끌어올렸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미래에셋대우의 인도네시아 성공 사례를 배우라”고 독려할 정도다.

지난달 18일 베트남 호치민의 KIS베트남 객장을 찾은 현지 투자자들이 주가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유주희기자


배승권(오른쪽) 한국투자신탁운용 호치민사무소 팀장이 현지 2위 증권사인 호치민증권의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사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배 팀장은 이 같은 현지 기업 탐방을 거듭하며 ‘한국투자베트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유주희기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성공 비결은 앞서 뼈아픈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0년 초반부터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붐이 일었지만, 실속보다는 겉치레에만 집중하며 정보·네트워크 등이 우월한 현지 금융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때 증권가에는 “글로벌 금융사가 되려면 홍콩법인 정도는 있어야지”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선두를 다투는 증권사들은 최근 수 년 간 런던, 홍콩 등의 법인을 잇따라 청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 국내 증권사 실적에서 해외 점포(지사·법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당기순이익의 1%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가 있는 나라는 중국(20개)이지만 이들은 지난해 약 30만달러(3억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 점포는 2011년 86개에서 올 1·4분기 65개로 감소했다.



이 같은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글로벌 거대 금융사들과 곧바로 경쟁하기보다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시장을 우선 공략, 향후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베이스캠프로 삼으라는 것이다. 당장 골드만삭스를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아세안 시장에서는 가장 단기간 내에 ‘세미 골드만삭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키워드는 ‘현지화’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사무소 시절부터 8년째 현지 사업을 도맡고 있는 오경희 KIS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기본적인 현지화를 이룬 만큼 베트남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IS베트남은 VIP를 대상으로 한국을 직접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현지 투자은행(IB) 시장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아직 해외 진출의 초기 단계인 만큼 브로커리지 위주로 진출할 수밖에 없지만 현지 기업들의 채권발행·유상증자·기업대출 등을 맡을 수준까지 현지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 사례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KIS베트남은 LS전선아시아·화승비나 등 국내 기업 베트남법인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현지 국영기업인 ‘팅니아그룹’의 상장을 주관했다. 이어 현지 기업 수 곳의 상장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의 소위 ‘블루칩’ 기업 10~15곳 이상을 모아 한국에서 투자 로드쇼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도 현지 기업 ‘비나인콘’의 상장 작업을 도맡은 데 이어 꾸준히 트랙 레코드를 쌓아나가는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꾸준한 투자는 필수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고경영자(CEO)가 2·3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해외 진출이 어렵다”며 해외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호찌민=유주희기자, 서울=박민주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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