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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돈 굴릴 곳 없다" 한숨...MMF잔액 사상 첫 130조 돌파

올들어서만 35조 급증...법인비중 80% 육박

RP·채권형펀드에도 자금 유입 꾸준히 늘어

"단기 부동자금 기업금융으로 흘러들 수 있게

중기펀드 투자에 세혜택 부여 등 고민해야"





A투자자문사는 요즘 30억원가량의 자본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피’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글로벌 증시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일부는 중국 공모펀드나 벤처펀드 등에 투자했지만 여전히 적잖은 금액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담아두고 있는 이유다.

금융투자사조차 투자처를 고민할 만큼 기업들 사이에 “돈 굴릴 곳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MMF가 사상 처음으로 130조원을 돌파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MMF 순자산액은 130조1,18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35조원(약 37%) 급증한 수치다. 이전 최대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일의 129조6,454억원이었다. 단기금융상품인 MMF는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으로 꼽힌다. 현재 단기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MMF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1.8%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MMF 순자산액의 빠른 증가는 개인보다 기업이 이끌었다. MMF 전체 순자산액 중 법인 MMF가 차지하는 비중은 79%(102조9,520억원)로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2011년 말 법인의 비중은 67%, 개인은 33%였다. 5년 새 12%포인트가 증가했으며, 특히 올 들어서만 8%포인트가 급증했다.

MMF를 포함한 펀드시장 전체를 봐도 MMF의 기세는 맹렬하다. 연초 이후 5,0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된 펀드 54개 중 33개가 법인용 MMF일 정도다. ‘파인아시아법인MMF’는 2조2,355억원, ‘삼성스마트MMF법인’은 1조6,377억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빨아들였다.

MMF의 이 같은 ‘인기’와 함께 환매조건부채권(RP), 채권형 펀드 등으로도 자금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대고객 RP 매도잔액은 올 들어 3조2,741억원 늘어난 74조8,408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공모 채권형 펀드 순자산액은 올 초 18조9,945억원에서 이달 5일 26조2,701억원으로 7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공모 주식형 펀드 순자산액은 올 들어 62조4,294억원에서 58조8,625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돈은 넘치는데 투자는 않는 상황”이라고 이 같은 현상을 요약한다. 국내 30대 기업집단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26조5,000억원으로 2006년의 25조5,000억원에서 396%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데다 저금리와 박스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 MMF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의 유동성은 확대됐는데 투자할 곳이 없어 자금의 단기화·부동화 현상이 심해졌다”며 “가장 손쉬운 투자처인 MMF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도 MMF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은행 부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영향,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은 신흥국 경기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화완화 정책과 변동성 증가로 MMF에 돈이 몰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지만 수년째 MMF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시중 부동자금이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 실장은 “현재 가장 사회적·경제적으로 효용성이 높은 활용 방안은 부동자금이 기업금융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금융, 중소기업 펀드 등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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