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시중통화량(M2) 잔액 2,337조3,880억원(원계열 기준)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614조7,399억원으로 집계됐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미만 정기예·적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통화지표다.
기업이 보유한 M2는 월말 기준으로 지난 3월 말 604조7,150억원으로 처음 6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4월 594조5,345억원, 5월 596조606억원으로 두달 연속 주춤했지만 6월 한달 동안 18조6,893억원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6월 증가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종전에는 올해 3월 18조4,863억원이 최대 증가 폭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기업으로 돈이 많이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이 보유한 통화량은 올해 상반기에만 24조645억원(4.1%) 늘었다. 2013년 6월 말(496조8,631억원)과 비교하면 3년 사이 117조8,768억원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이 이렇게 현금성 통화 보유량을 늘리는 이유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 등으로 투자를 망설이면서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보면 기업의 생산활동과 직결된 설비투자는 올해 1·4분기 7.4% 급감했다. 2·4분기에는 운송장비 증가 등으로 1분기보다 2.9% 늘었지만, 작년 2분기보다 2.6% 감소하는 등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기업의 통화량 증가 속도가 가계보다 빠르다. 올해 상반기 기업의 통화량 증가율 4.1%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3.2%)보다 0.9% 포인트 높다. 지난해에는 기업이 보유한 통화량이 13.4%(69조7,999억원)나 늘면서 가계의 증가율(6.5%)의 2배를 웃돌았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진 영향으로 기업에 돈이 많이 들어갔지만, 투자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와 관련해 “금리를 내리는 목적은 투자와 소비를 증진하는 것이지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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