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불황과 내수경기 위축으로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 아래 연구개발(R&D)과 고용창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적극적이다. 중기청은 중소·중견기업들이 미래시장 선점이 가능한 세계적 수준의 원천·핵심특허로 무장할 수 있도록 월드클래스 300 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전(全)주기 지식재산(IP) 전략지원을 받고 있는 18개 월드클래스 300 기업 가운데 7개사가 과제착수 6개월 만에 해외 특허출원 7건, 국내 특허출원 12건의 성과를 거뒀다.
해외 벤처캐피털(VC) 업체들도 ‘될 성 부른’ 강소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외 VC가 운용하는 외자유치펀드의 펀드조성 규모가 1조원(누적 기준)을 돌파했다. 2013년 처음 펀드를 결성한 이후 지금까지 11개 해외 VC에 출자해 약 9,3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이 완료됐으며 올해 상반기에 4개 해외VC를 추가로 선정함으로써 총 펀드규모가 1조374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강소기업과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한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발간한 ‘2016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혁신형 중소기업 수는 지난해 4만8,473개로 2009~2015년 동안 매년 평균 4.8%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R&D연구소도 연평균 11.5%씩 늘어 2015년 3만4,022개에 달했다. 전체 연구소의 96.4%에 해당한다. 중소기업 연구원 수도 18만8,280명으로 전체 연구원의 60.3%를 나타냈다.
히든챔피언은 1위를 지향한다. 컴포트 슈즈(편안한 기능성 구두)를 만드는 바이네르는 국내 시장 수위를 달리고 있으며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1978년 설립 이후 끊임없이 ‘업계 최초’의 신화를 쓰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액 5,120억원(연결기준) 중 48% 가량을 해외시장에서 거뒀다. 국내 보일러 수출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락앤락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고급제품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수출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의 경영 DNA에는 ‘수출’이 자리잡고 있다. 화장품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 미국,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펄프·제지 일관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제지기업 무림도 인쇄용지 시장규모가 감소하는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고부가 특수지 개발과 해외수출 공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 톱5의 도자기 브랜드로 우뚝 선 한국도자기는 20~30대 고객 기호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는 등 ‘젊은 회사’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기술을 이용한 치료기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해외 굴지의 의료기기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1984년 한국OA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코아스는 시스템 사무가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으며 LS그룹 계열사인 자동차부품 업체 대성전기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해외수출 등을 통해 고용창출을 선도하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며 “강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연구개발, 인력확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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