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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나선 당국-사외이사, 금융지주 체질개선 촉매될까

"제2 KB사태 막자"









지금껏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의 관계는 결코 가깝지 않았다.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전직 관료 출신 거물급이거나 교수들이었던 이유로 당국 차원에서도 접근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최근 사외이사들을 직접 찾아가고 면담 장소도 외부에 마련하는 등 '낮은 자세'를 보이며 사외이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금융지주 내부에서 지주 회장과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면담에 참여한 사외이사들 역시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당국과 면담에 참여했던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회사 사정에 대해서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당국이 강조하는 사외이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역시 "사외이사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춰 소통하되 당국 차원에서 지적해야 할 부분들은 얘기하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융당국과 사외이사들의 스킨십은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의 체질을 서서히 바꿔간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지난해 KB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해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금융회사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조장옥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달 '은행 경쟁력 분석과 금융개혁 방향'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0~2014년) 38개 금융사 이사회의 경우 특정 안건에 대해 찬성한 비중은 무려 95.3%에 달했으며 38개사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반대가 단 한 번도 없었던 곳이 25개사(65.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 같은 색다른 행보를 바라보는 금융지주들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사외이사들 간의 물밑접촉은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주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지주 회장들도 금감원과 사외이사들 간의 면담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 면담을 정례적으로 가질 방침이다. KB금융·농협금융 이사회와도 조만간 접촉에 나선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이사회가 굳건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미 면담을 진행한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만 해도 외형적으로 보면 탄탄한 지배구조를 자랑하지만 각각 취약점 역시 갖고 있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전통적으로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강했던 하나금융은 이사회 안에서 지주 회장에 대한 견제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이사회 안에서 사내이사 역시 '지주 회장 1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회장 유고시 회장직을 대행할 사내이사가 없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장이 모두 이사회에 참여, 사내이사 2인 체제는 구축돼 있지만 불과 17%가량의 지분을 쥔 재일 교포들에게 여전히 과도한 역할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 10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무려 4명을 재일 교포 출신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재일 교포 출신 사외이사들의 국내에서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창업지분'에 대한 지나친 배려이며 글로벌 금융회사를 지향하는 신한금융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까지 금감원과 면담을 진행하지 않은 KB금융 이사회의 경우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이사회를 재편하며 무게감 있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채웠으나 KB금융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아직까지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않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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