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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김동표 포항공대 교수]노벨상 나오려면 '풀뿌리 연구' 정착돼야

돈도 사람도 '주류'에만 쏠려

연구 다양성 존중 환경 필요

김동표 포항공대 교수




“과학자도 밤낮이 구분되지 않은 ‘저녁이 없는 삶’을 삽니다. 연구가 즐겁지 않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김동표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풀뿌리 연구자’가 많아져야 국내 과학의 토대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풀뿌리 연구란 과학자 개인이 하고 싶은 연구 분야를 눈치 보지 않고 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거나 연구비가 많을 필요도 없다. 김 교수는 “‘초근목피’로 산다고 해도 연구가 즐거워 투신하는 과학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연구에도 ‘기초 생활비’와 비슷하게 최소한의 연구비를 보장해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풀뿌리 연구는 결국 연구 다양성을 높이는 길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분야를 연구했다’ ‘30년 넘게 한 분야에 매진했다’는 말은 요즘 한창 ‘시즌’인 노벨상 수상자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김 교수는 “일본이 계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배경도 풀뿌리 연구처럼 기초를 탄탄히 했기 때문”이라며 “소액의 연구비를 가지고 20년 동안 파고들어 세상에 없던 성과를 내게 만드는 것이 바로 풀뿌리 연구”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다양성과 ‘특이 취향’ 존중 같은 덕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에 있는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사람과 돈이 쏠린다. 17년 동안 충남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12년 포항공대로 옮긴 김 교수는 “국내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방의 여러 풀뿌리 과학자들이 ‘주류’가 아니라며 소외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김 교수만의 고민이 아니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 등 과학자 40명은 지난달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기초과학 연구 과제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에 올렸고 나흘 만에 500명에 가까운 연구자가 서명을 했다.



“기초과학 연구비를 모두 정부가 좌우하고 결정하는 현실에서 연구의 다양성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연구자와 학생은 정부가 책정한 연구비를 쫓아다니느라 바쁠 수밖에 없고 ‘어느 연구 그룹에 속하느냐’ ‘어떤 기관과 친하냐’ 같은 소모적인 고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내 과학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김 교수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미세유체 응용화학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미세유체 응용화학은 질병 진단 키트 등에 적용 가능해 산업적 가치가 높은 미세유체 바이오 응용 분야와는 달리 순수 기초 학문의 일종이다. 김 교수는 “‘대박’도 좋지만 모두가 대박을 따라가면 다른 연구는 누가 하겠나. 연구 분야가 쏠리면 안 된다”고 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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