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합의’로 무역 휴전에 들어간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겨냥한 잽을 연이어 날리며 무역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중 개최될 것으로 기대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두 정상은 올 첫 전화 통화를 나눴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기업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파트너스’는 최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으로부터 ‘중국에 에탄 수출을 허가해달라는 신청 3건 모두를 불허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에탄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불허 처분의) 이유”라고 전했다. 이 회사가 중국에 운반하려던 220만 배럴 규모의 에탄은 현재 미국 걸프 연안 터미널에서 무기한 대기 상태다. 미국이 중국의 석유화학 분야를 겨냥해 에탄 공급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에탄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기본 원료로, 미국은 중국의 최대 에탄 공급국이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국 내 중국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SEC는 중국 상장사들이 임의로 공시 정보의 범위를 간소화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미국 정치권에서도 중국이 (공시 범위 축소로) 부당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도 대미 견제를 지속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 알리바바의 기술이 탑재된 미국 아이폰의 자국 출시를 계속 늦추고 있다. FT는 “지금까지 300개가 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승인됐지만 애플은 유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협상 타결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이날 전화 통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간 계속되는 무역 공방전에 글로벌 제조업이 입는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 장관에게 ‘자동차 생산에 필수인 희토류 자석 부족으로 EU의 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날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는 중국이 4월 이후 희토류 수출 신청 건의 4분의 1만 허가해 여러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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