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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민영화 금융산업 지형도 바뀐다] 외부입김 막아야 순항...외국인 주주도 끌어들여야

<하> 성공의 조건, 안정적 지배구조

'더이상 개입 안해' 공언 불구

정부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

정치권 등 인사개입 차단하려면

협업관계 외국인 주주 있어야

정부 잔여지분 매각 때 신경을

관치 벗고 홀로서기도 과제로





“오렌지 주스를 살 때 싸고 좋은 것만 사면 되는데 이걸 굳이 입찰까지 부쳐야 합니다. 그래서 100% 민영화를 바라는 것입니다.” 지난 2003년 정부 지분을 매각하며 완전한 민영화를 이룬 국민은행의 고(故) 김정태 전 행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민영화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 전 행장의 말처럼 정부 지분이 남아 있는 은행과 민영화된 은행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 정부 지분이 남아 있으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정부가 개입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역이 바로 지배구조와 인사에 관련한 부분이다. 특히 정부가 대주주라면 행장부터 시작해 임원 및 직원 인사까지 정부의 입김이 전방위로 작용한다.

실제 우리은행의 인사부장 출신들은 “은행 인사 한 달 전부터는 아예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회고한다. 인사철이 되면 각종 투서와 음모론이 난무하고 행장을 뽑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거수기에 불과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인사 내정설이 한 달 전부터 돌고 직원들은 줄 대기에 바쁘다. 심지어는 금융 당국도 모르는 ‘옥상옥 인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는 사이 은행 지배구조는 망가지고 영업의 체력도 떨어진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민영화의 꿈을 이루기는 했지만 진정한 ‘금융시장의 메기’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된 지배구조 구축이 급선무라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정부는 숫자상으로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다. 정부가 개입을 중단한다 해도 정치권이 우리은행이라는 좋은 먹잇감을 가만히 놔둘지도 미지수다. 우리은행 사외이사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 ‘정피아’로 채워져왔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과점 주주 구성이 철저히 국내 회사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과점주주 중 한 곳인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중국 안방보험이기는 하지만 모든 과점주주들이 사실상 금융 당국의 감독권 아래 놓여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과점주주들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주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전략적인 협업 관계인 외국인 주주가 있어야 정풍과 외풍의 효과적인 방패막이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의 경우 창업지분인 재일교포 주주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외풍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안정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그룹이 커지면서 재일교포 지분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신한금융 이사회 안에서 재일교포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밖에 국민은행도 한때 ING그룹, 하나은행도 싱가포르 테마섹과의 전략적 협업구조를 구축한 적이 있다.

전략적 투자자 성격의 외국인 주주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경우 외부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고 내부 경영진도 견제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앞으로 정부의 잔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 확보에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6년간이나 정부 소유였던 탓에 우리은행 내부가 관치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우리은행은 여전히 각 은행 계파 간의 갈등이 남아 있고 부행장 이상 인사 또한 반반씩 배치되는 관례가 있다. 각 계파끼리 서로 견제하다 보니 내부에서 똘똘 뭉치기보다는 대주주인 정부에 서로 기대려 하는 오랜 악습이 존재했다.

우리은행 내부 관계자는 “신한과 조흥은행이 합병한 지 10년 만에 각 은행 계파 색깔이 다 빠지고 누가 어디 출신인지 알아보기도 힘들게 된 반면 우리은행은 상업과 한일의 합병이 20년 가까이 돼가는데도 여전히 계파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며 “정부가 대주주였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앞으로는 우리은행원이라는 하나의 이름만 남아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차기 지배구조의 청사진을 보여줄 새로운 이사회는 12월30일 꾸려진다. 사내이사 가운데는 이 행장과 정수경 감사 2명만 남고 이동건 그룹장과 남기명 그룹장은 임기를 마치면서 자연스레 이사회에서 빠진다. 이와 더불어 기존 사외이사 6명,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 예금보험공사 추천 이사 1명 등 14명으로 첫 이사회가 꾸려진다. 차기 행장을 선출하는 임원추천위원회는 과점주주 사외이사들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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