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 현장에서] 핫스팟으로 떠오르는 중미 북부 트라이앵글

이훈 KOTRA 과테말라무역관장

이훈 KOTRA 과테말라무역관장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어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한 곳. 특히 세계 최고의 피살률과 마약 소굴이라는 오명이 먼저 떠오르는 곳.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중미의 우울한 단면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러한 부정적 인상과 조금은 궤를 달리한다. 현지인들이 한국산 자동차에 몸을 싣고 출퇴근하고 한국 제조사의 휴대폰을 통해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한국산 가공식품과 음료를 즐겨 찾고 가정마다 한국산 브랜드가 새겨진 최신 모니터와 냉장고를 갖추고 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하지만 이것이 바로 중미 최대시장, 과테말라에서 흔히 보는 중산층 모습의 현재 진행형이다.

중미권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3개국을 묶어 흔히 중미 북부 트라이앵글(Northen Triangle of Central America)이라 부른다. 이들은 미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임가공업이 발달해 있으며, 이는 여타 중미국과 차별화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과거 80~90년대에 우리 의류업체들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에 대거 진출, 대미 수출기지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곳 정부·산업계의 플라스틱, 식음료 등 경공업 육성 기조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부침(浮沈)은 있지만 관련 원부자재, 설비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 왔다. 과거 봉제업 전성기에는 원사, 편직물 위주였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는 자동차·철강·타이어 등으로, 근래에는 소득수준 향상에 힘입어, 앞서 언급한 내구재, 중간재뿐 아니라 식음료 등의 소비재로까지 다변화하는 양상이다. 덕분에, 철강, 편직물, 타이어 등 과거 강세품목의 수출은 크게 줄었어도 한국으로부터의 총수입은 오히려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그만큼 시장수요가 다원화되고 구매력도 커진 것이다.

중미의 숙원과제였던 경제통합 움직임도 눈여겨볼 기회다. 실제로 2016년 5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는 중남미 최초로 양국 관세동맹을 발효시켰고, 이제 시행만을 남겨두고 있다. 중미 전체교역의 52%,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동시장의 탄생이자 역내 교역방식에 있어 새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중미 전역으로 진출하려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의 기업가 성향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곳 비즈니스맨들은 자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미시장 전체를 보고 접근하려는 마인드가 있다. 실례로 과테말라 바이어 중에는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접하면 중미 전체 판권을 종종 요구하기도 하는데, 실제 중미 각지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테말라와 파나마 양쪽에 세운 회사를 오고가며 최근 니카라과에 새 공장을 열었다고 필자에게 너스레를 떨던 과테말라 철강업자도 있었다. 작은 국토에 자원마저 없는 척박한 환경 때문일까. 중미 곳곳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기업들의 뿌리를 찾다보면 중미의 가장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 자본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중미 북부 트라이앵글이 중미 진출의 관문으로 활용할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물론 중미시장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자본과 상품이 시장을 파고드는 속도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줄곧 이민정책 강화, 보호무역주의를 외쳐온 트럼프의 미대선 승리가 가뜩이나 대미 의존도 높은 중미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11월 16일 있었던 한-중미 FTA 타결 발표 시 과테말라가 다소 뜸을 들이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과테말라 측 협상단은 현지 언론을 통해 시장접근, 원산지 등 일부 분야에 대한 추가협상을 예고했고, 몇몇 산업계의 반발도 잠재워야 하는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은 한-중미 주력 수출품목이 상호보완적인 만큼, 금번 FTA가 상호 윈윈의 경제협력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1년 5개월의 한-중미 FTA 협상을 마무리 짓고 국내의견 수렴, 정식서명 준비 등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요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즈음에, 한-중미 FTA 타결이 우리 산업계, 특히 해외 틈새시장을 찾는 국내 중소기업인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