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사진) 감독의 단편영화 ‘엠보이’는 최근 국립과천과학관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해 ‘제3회 SF어워드’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사마귀 팔을 두고 ‘상시적 폭력에 따른 분노’를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오른다. 정치는 실망을 준다. 우리모두가 늘상 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저마다 위태위태하다고 느껴지는데 이 내재된 분노가 표출되는 걸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팔이 사마귀 다리로 변화는 광경을 표현하는 여러 인서트는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주인공은 ‘어두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냥한’ 짝사랑 상대마저 거부하자 세상에 화를 내뿜는다. 이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도 많이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몸은 컸지만 정신은 아이라 가장 위태위태한 시기로 봤다”며 “도덕적 감수성이 무너져가는 사회다 보니 내가 받은 폭력을 갖고 있다가 엉뚱한 마트 직원에게 푸는 그런 폭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학교폭력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에게 최초의 SF 기억은 영화 ‘ET’다. 외계생명체 ET가 인간 소년과 서로의 손가락을 맞추는 장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허공에 집게손가락을 갖다댔다. 그는 “조금 더 크고 나서는 디스토피아(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에 더 관심이 가게 됐다”며 “‘이 세계의 끝은 뭘까’, ‘이렇게 적자생존으로 간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등 가정법으로 여러 질문을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SF영화의 전망을 밝게 봤다. 김 감독은 “암울한 상상을 하기에 SF만큼 적절한 장르가 없다”며 “상업 영화의 미개척지는 이제 SF장르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앞으로 단편 엠보이를 ‘프리퀄’로 삼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도 영화에 다양하게 써보고 다른 장르와도 융합을 시도해보고 싶다”며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저예산 단편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지원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엠보이는 SF어워드 외에도 2015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오는 3월 일본 유바리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됐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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